“그는 경영인이자 철학자였다.”
윤종용<사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25일 이렇게 추억했다. 윤 전 부회장은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년간 이 회장 곁에서 삼성전자 상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으로 일했다.
“매사에 호기심이 대단한 분이었다. 무엇이든 관심이 가는 분야는 치밀하게 파고들었고, 그 본질을 깨달으려 애썼다. 천체물리학에서 스포츠까지 모든 주제에 대해 깊이 이해했다.”
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도쿄 지점장 시절의 일화를 떠올렸다. 이 회장은 일본 출장을 오면 전자상가를 자세히 둘러보고, 호텔 방에 윤 전 부회장과 단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윤 전 부회장은 "전자공학과를 나온 내가 진땀을 흘릴 만큼 깊숙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기억했다. 예컨대 비디오레코더 신제품이 나오면 제품의 특징과 시장성만 따지고 넘어가지 않았다. 제품의 기본 원리, 제조 과정의 난점, TV·오디오 등 연관 제품을 통한 기술 생태계의 변화, 미래 소비자의 행태에 미칠 영향 등 긴 토론이 이어졌다.
윤 전 부회장은 “고인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뜻을 체화(體化)한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든 그 업(業)의 속성을 알고 그것에 따라 일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느 날 백화점에 대해 토론하다 “백화점이란 업의 본질은 위치와 장소”라고 했다고 한다. 윤 전 부회장은 “그 정의는 오늘날 전자상거래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했다. 백화점이 핵심 입지에 자리를 잡고 이 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거두듯, 온라인 쇼핑몰은 같은 사업을 인터넷이란 가상 공간에서 한다는 것이다.
윤 전 부회장은 “한국 같은 풍토에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온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삼성이란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을 통해) 한국 사회와 그 문화가 더 진일보(進一步)하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 이 회장의 일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