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독립 선언문’을 쓴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 통제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누군가는 금감원을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오히려 금감원이 가장 피하고 싶은 ‘공공기관 지정’ 카드까지 슬그머니 거론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 대한 두 기관 간 ‘책임 공방’이 조직 개편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윤석헌 금감원장 “우리는 예속 상태, 예산 독립 필요”
윤 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감독 당국의 독립성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자, 작심한 듯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조만간 금융감독원 독립 계획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원회(정부 기관)와 금융감독원(민간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나뉘어 있다. 금융위는 정책을 만들고, 금감원은 실무적인 일을 하는 구조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융산업 육성에, 금감원은 금융 건전성 관리 및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다 보니 ‘손발이 안 맞는다’는 말이 간혹 나온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예속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금감원은 금융위가 가진 금융 정책 권한 아래의 집행을 담당해 예산·조직·인력이 다 예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금감원에) 감독 규정 개정 권한이 없어 금감원 의지대로 감독 집행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이라는 상치되는 목적을 같이 안고 있다 보니 출발에서부터 문제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독립 선언문’에 담을 핵심 내용은 예산 짤 권한에 대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은 “해외의 금융 감독 독립성에 대한 문헌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의 독립성”이라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감원, 공공기관 되고 싶냐" 반쯤 협박
‘금감원을 예속하는’ 곳으로 지목된 금융위원회의 은성수 위원장 입장은 사뭇 달랐다. 누군가는 금감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독립성이 보장된) 한국은행도 (예산에 대해) 기획재정부 통제를 받는다”면서 “금감원의 예산도 누군가 승인 등 감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예산 통제는) 금융위가 아니더라도 기재부·국회 등 누군가 하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 독립성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윤석헌 원장이 ‘독립 선언문’을 쓴다는 말에 대해 은성수 위원장은 “대한독립 만세처럼 독립이라고 하면 다 좋은 뜻인데, 누구로부터의 독립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하면 마음에 들겠냐”고 맞불을 놨다.
금감원은 현재 법상 공공기관이 아니라, 다소 느슨한 통제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 등으로 금감원의 ‘방만 경영’이 문제가 되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불붙었었다.
그때 금융위는 “감독 당국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면서 금감원 편에 섰는데, 이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협박성 메시지’로 읽힌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에 대한 질의에 "라임 사태를 고려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