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이 사내 대출까지 활용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로 집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공공기관들 직원이 주택 구입용으로 빌린 사내 대출액은 30% 이상 늘어났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16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기관들 직원이 사내 복지기금 등에서 주택 구입 용도로 신규 대출받은 금액은 지난해 210억3000만원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162억1000만원)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74억7000만원을 대출했다.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전년 대비 66% 급증하는 결과가 나온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받아 간 대출도 2015년 359억3000만원에서 작년 857억1000만원, 올해 상반기 547억8000만원으로 늘고 있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생활안정자금 용도 대출의 자금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다. 이 중 상당 금액이 집 사는 데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공공기관 사내 대출에는 LTV(담보대출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규제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공공기관 15곳 중 LTV 규제를 적용하는 건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수출입은행 등 3곳에 불과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는 LTV 70%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 등 규제 지역에 적용되는 수준(LTV 40%)보다 훨씬 넉넉하다. DSR 규제를 적용한다는 공공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금리 수준도 시장 금리 대비 낮아 ‘특혜’에 가까운 기관이 많다. 15개 기관 중 5곳에서는 1%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금리를 ‘기준금리+0.5%’로 책정했다. 지금 기준으로는 단 1% 금리만 내면 된다. 대출 한도도 작지 않다. 공공기관 8곳이 주택 구입 자금을 1억원 이상 빌려주고, 최대 2억원(주택도시보증공사)인 곳도 있다.
김상훈 의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국민은 필요한 만큼 대출을 못 받고 있는데,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직원에게 더 많은 대출의 기회가 주어지는 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