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3개월마다 주주들에게 배당을 나눠주는 은행주가 나올 전망이다. 주인공은 신한금융지주다. 지금까지 6개월마다 배당을 나눠주는 은행주는 있었지만, 분기마다 배당하는 사례는 없었다.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중간배당 넘어 분기배당 추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앞으로 분기 배당을 실행하겠다는 의사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적극적으로 주주 환원에 나서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지금 당장 분기 배당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 이후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측은 “배당을 1년에 몇 번씩 하는지가 문제는 아니다. 충분한 자본 여력을 갖추는지가 관건”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 정관에는 중간배당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고쳐 1년에 최대 4차례까지 배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은 이달 초 조용병 회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사모펀드·유상증자 3연타에 주가 부진
신한금융 주가는 은행주 가운데서도 부진한 편이다. 신한금융 주가는 지난 16일 2만7950원으로 연초(1월 2일) 4만2600원에서 34.4% 자유 낙하했다. KB금융(-15.4%), 하나금융(-19.1%), 우리금융(-26.2%)에 비해서도 하락 폭이 크다.
은행주가 부진한 까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초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축소 및 대출 부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주가 대체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부진한 편이다.
신한금융만의 독특한 사정도 있다. 그간 신한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낮고 글로벌 비중이 높아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비교적 높게 평가받아왔다.
그런데도 최근 주가가 부진한 건 자회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은 라임 사태로 인해 막대한 돈을 배상했거나 그래야 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투는 라임과 공모해 부실 펀드를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판매사인 하나·우리은행 등에 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최근 해외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1조2000억원대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유상증자는 새 주식을 찍어 투자자에게 파는 걸 말한다. 회사에 돈이 들어오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자기가 가진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에서 불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신한금융은 대규모 투자 또는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이 마땅치 않은데도 유상증자를 해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처럼 주가가 부진해지자 ‘주주 달래기’를 위해 분기배당 카드까지 꺼내 드는 모양새다.
◇ “참담하다”는 은행주, 주가 반등 계기 될까
“한국 은행주가 저펑가됐다”는 말이 나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거래소 기준 KRX 은행 지수는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해 17개 업종 가운데 최악이다. 오죽하면 ‘사물주(사면 물리는 주식)’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가가 참담하다”고까지 말했다.
지난 8월 금융연구원이 펴낸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주가순자산비율)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한국의 은행그룹 평균 PBR은 0.41배로 대상기업 34개국 중 31위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곳은 프랑스(0.405배), 일본(0.369배), 그리스(0.156배) 등 3개국 밖에 없다.
우리나라 은행주 주가가 부진한 까닭은 주주 환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은행주가 성장주가 아니라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해외 금융사들은 벌어들인 돈을 곳간에 쌓아두지 않고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편이다. 대부분 분기 배당을 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도 적극적이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이런 주주 환원책이 축소되거나 멈췄다.
반면 우리나라 은행주는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이 낮은 편이다. 1년에 한 차례만 배당하기 때문에, 연말 연초면 배당락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린다. 그래서 “배당을 보고 샀다가 물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분기배당이 활성화될 경우, 그간 저평가된 은행주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