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미 프로농구)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자유투 라인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호쾌한 슬램덩크가 터지기 직전, 시간이 멈추고 영상이 360˚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중계 화면으론 보이지 않던 제임스의 얼굴이 골대를 부숴버릴 듯 험상궂다. 경기의 한 순간을 정지 상태로 돌려볼 수 있는 이 영상은 한국 특수영상 스타트업 ‘4D리플레이’가 만든 것이다. 이 회사 정홍수 대표는 최근 Mint 인터뷰에서 “TV 중계에선 볼 수 없었던 스포츠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 전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4D리플레이는 ’360˚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드는 기술 기업이다. 먼저 경기장을 빙 둘러서 적게는 30대, 많게는 100여대의 카메라를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한다. 하이라이트가 될 법한 장면이 나오면 버튼을 눌러 촬영한다. 이후 각 카메라가 찍은 영상을 하나로 합친다. 영화 ‘매트릭스’(1999년)에서 주인공 네오가 스미스 요원의 총격을 피할 때 카메라 앵글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던 장면과 흡사하다.
정 대표는 “매트릭스 땐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영상을 이어 붙이느라 장면 하나를 만드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4D리플레이 기술로는 단 5초면 완성된다”고 했다. 카메라 100여대를 오차범위 1000분의 1초 이내로 동시에 촬영하는 기술, 순식간에 영상을 합치고 왜곡을 수정하는 소프트웨어가 4D리플레이의 기술이다. 현재 KBO(한국 프로야구), 미국 NBA와 MLB(미 프로야구), PGA(미 프로골프), 일본 프로야구 등의 스포츠 리그에서 쓰이고 있다. 4D리플레이의 작년 매출은 60억원 정도고, 올해는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IMM인베스트먼트와 뮤렉스파트너스로부터 800만달러(약 1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 가치 2400억원을 인정받았다.
정 대표는 2000년 대학 졸업 후 2012년까지 삼성SDS에서 카메라 개발, 영상 품질 개선 등 업무를 하며 카메라 기술을 익혔다. 사업 아이템은 2000년대 유행하던 PC 야구 게임에서 얻었다. “게임에서 홈런을 치면 앵글이 휙 돌면서 ‘빠던’(야구 배트 던지기)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나옵니다. 현실에서도 이를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2012년 퇴사 후 2년간 기술을 개발했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다. 그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중계 때 처음 지상파에 4D리플레이가 만든 화면이 나왔다. 이후 KBO리그에 적용됐다.
정 대표는 2016년 말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아예 본사를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정 대표는 “당시 KBO 중계권 시장 규모가 연 600억원 정도였는데, MLB·NBA 등은 3조원이 넘었다”며 “바보가 아니라면 무조건 해외 진출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반도체 업체 인텔이 비슷한 리플레이 영상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인텔은 제작 시간이 최소 1~2분은 걸리고, 화면도 살짝 흐릿하다”며 “방송국에서 우리 기술을 더 선호한 덕분에 빨리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D리플레이는 라이브 경기 전체를 원하는 앵글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4D라이브) 개발을 마쳤고,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정 대표는 “콘서트·TV 예능 쪽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100억 클럽'은 최근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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