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가 펀드를 잘못 팔았다가 고객에게 물어준 돈이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가 금융 소비자는 물론, 은행·증권사 주주 등에게도 상처를 남긴 셈이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유의동(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6년 1월~올해 8월) 금융회사가 금융 투자 상품 판매 문제로 피해자에게 선(先)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인 금액이 모두 1조6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이 4615억원, 증권사가 6051억원이다.
전체 은행 가운데 가장 보상액이 많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라임 펀드 판매에 따라 고객에게 1390억원을 물어줬거나 그럴 예정이다. 그 다음으로는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은행(1370억원), 라임·이탈리아 헬스케어·디스커버리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1085억원) 등 순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디스커버리·라임 펀드를 팔아 고객에게 489억원을 물어주기로 했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신한금융투자가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신한금투는 라임 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했고, 결국 2532억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옵티머스 펀드를 사실상 독점 판매한 NH투자증권이 1780억원으로 2위였다. 그외 신영증권(570억원), 대신증권(462억원) 등 순서다.
금융사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보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결국 한때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불리던 사모펀드 판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장사가 됐다. 금융 당국이 갈수록 ‘소비자 보호 강화’를 외치면서, 금융사 입장에선 사모펀드를 팔아 버는 돈 대비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 은행에서 사모펀드를 다시 판매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