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 보호법(주택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전세난을 몸소 체험하게 됐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전용면적 84.86㎡(34평)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최근 집주인이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우리가 들어와 살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 권리를 대폭 강화한 주택 임대차법 개정으로 첫 2년 전세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는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이에 따라 홍 부총리도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봐야 한다.
문제는 주택 임대차법 개정 이후 기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거나,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게 되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서울 전셋값이 최근 66주 연속 상승할 정도로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홍 부총리가 사는 집의 전세 보증금은 6억3000만원인데, 현재 시세는 이보다 2억원가량 오른 상황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마포구 염리동에 매물이 3개밖에 없고, 가격이 2억5000만원 올랐다는데 (전셋집 구하기가) 잘 되시길 바란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 나라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수장께서 경제적인 약자를 위해 정책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서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하고 그 효과가 부총리에게까지 미친 것”이라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보유하고 있던 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아파트를 팔았기 때문에 돌아갈 자기 집도 없다. 당시 홍 부총리는 세종시에 있는 아파트 분양권을 갖고 있었는데 “‘1주택 1분양권’은 다주택자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전매가 금지된 분양권 대신 보유 중인 아파트를 판 것이다. 그는 의왕 아파트를 팔면서 “공직을 마무리하면 의왕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고, 가족 모두 의왕을 좋아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에 전셋값 급등을 체험하게 된 홍 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전세 가격 상승에 대해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가격 상승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질의에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 있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8·4 대책 후)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안정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