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경제학회가 발표한 ‘국가부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근접한 수준인데,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아직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 대해 75%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5%는 강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40%는 약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경제학회는 2000여명의 회원 중 청람상·한국경제학술상 등 수상자, 경제학회 학술지 편집위원 등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74명(올해 7월 기준)으로 패널을 구성하며,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설문조사를 한다. 이번에는 패널 가운데 40명이 응답했다.
약하게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024년 이후 재정수지가 흑자 전환하고,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면 큰 문제가 없는 국가채무 비율이겠지만,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하고 경제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큰 문제가 있는 지속 불가능한 국가채무 비율이 된다”면서 “문제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조선대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선진국들은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자본이 들고 있다”면서 “이에 반해 한국이 국고채는 국내외 자본 구분이 어렵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의 국가채무 비율 자체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재정지출 확대 속도는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면서 “국가부채 비율을 기축통화국가를 포함한 OECD 자료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고, 이미 현재와 같이 높은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한 국가는 연기금 문제를 이미 경험한 상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현철 미국 코넬대 교수는 “국가 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만일의 사태의 대비하는 건강한 재정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시점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입장에 약하게 동의한다고 답했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도 “단순하게 OECD 평균의 절반 이하라서가 아니라 국가채무비율에 우려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국가채무부담능력, 국채 만기구조, 조달금리 하향 추세, 외국인 소유구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한국경제가 이 수준에서는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부 입장에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92%는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재정 당국의 재량을 우선하되,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연성 재정준칙을 활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50%로 가장 많았다. 김병철 미국 앨라배마주립대 교수는 “재량이냐 준칙이냐는 문제는 영원한 숙제”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치가 없는 순간,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브레이크 없는 재정 사용이 우려되므로 구체적인 수치를 범위로 두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정 당국의 재량을 인정하되,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는 경성 재정준칙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답변이 38%로 뒤를 이었다. 성태윤 교수는 “너무 경직적이면 실제 정책 대응 상 어려움도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수치 자체를 명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수치를 명시하되, 사안에 따라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관리 목표수준을 법에 명시해 무조건 충족하도록 하는 강제적인 경성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5%였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강제적인 경성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면서도 “재정 준칙에는 다양한 원칙이 있으며 이미 시행착오를 거친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36%는 국가부채 관리의 목표나 기준으로 ‘중장기적 재정지속 가능성 충족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어 ‘부채 상환 부담의 다음 세대 이전 방지’(26%),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양호한 국가신인도 유지(23%)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우리나라 재정 관리의 가장 심각한 위협 또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59%),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저성장’(18%), ‘정부역할 확대를 주창하는 정당의 집권’(10%)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