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DB

지난 7월 보험업계는 ‘초록 공룡’ 네이버의 보험 판매 시장 진출 가능성으로 떠들썩했다. 손해보험업계 2~4위사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과 함께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다. “이러다 네이버 같은 빅테크에 상품을 납품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당분간은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됐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특히 논란이 된 건 네이버가 내건 조건이었다. 네이버가 이들 업체의 자동차보험 견적을 비교해 보여주고, 새로 계약이 체결되면 보험료 11%를 광고비 형식으로 받아 가는 방식이 거론됐다. 이 같은 수수료 수준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과 더불어,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보험 모집’에 따르는 규제를 피해가며 광고비를 받아 가도 되냐는 얘기였다. 모집 수수료는 상한선 규제(14%)가 있지만, 광고비에는 없다.

보험연구원은 “모든 보험상품에 대해, 보험협회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만을 비교·공시하지 않으면 보험 모집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보험사와 제휴를 맺어 제휴사 상품을 비교해주고, 광고비를 받는 모델은 현행법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보험사 상품 비교 안 하면 ‘보험 모집’으로 규제 가능성

6일 보험연구원이 낸 ‘보험료 비교 사이트에 대한 모집 규제 적용 여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 모집이란 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이 상품이 좋아요’라고 알리는 광고와 다르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보험 모집’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한다. 법상 보험 모집을 할 수 있는 건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보험회사 임직원뿐이다. 이들 외에 보험 모집을 하면 불법이다. 또 보험 모집 자격이 없는 곳에 보험 모집을 맡기고 대가를 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보험 모집 자격을 까다롭게 제한한 까닭은, 보험상품을 제대로 모르고 파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보험 모집을 할 때 지켜야 할 규제도 많다. 예컨대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설명해야 할 의무 등이 적용된다.

그러면 보험 상품을 비교해주는 것도 ‘모집’이라고 봐야 할까. 현행법에는 보험 모집과 별도로 ‘보험계약에 관한 사항의 비교·공시행위’라는 개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요건에 맞는 비교·공시 요건은 다소 까다롭다. 보험협회를 통해 제공받은 모든 보험상품에 대해, 보험협회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만을 비교·공시하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구상한 사업 모델은 법상 ‘비교·공시’와는 다소 달라 보인다. 모든 보험사의, 모든 상품을 비교하는 게 아니라 제휴 계약을 맺은 일부 보험사 상품만 비교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료 비교 사이트의 구성이나 게시 내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특정 보험상품의 추천 및 가입 권유로 볼 수 있으면 보험 모집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예컨대 보험료 비교 사이트 운영자의 주관·판단이 개입해 특정 보험상품을 추천하거나 우선하는 듯한 표시를 하는 경우 등이다.

◇네이버, 보험 모집이면 수수료 제한받는다

그러면 보험 비교 서비스를 ‘보험 모집’이라고 인정하고 장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가능성은 현행법상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설령 네이버가 보험대리점을 만드는 등 보험 모집 자격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비교·공시 요건을 갖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광고비를 안 내는 업체를 포함한 모든 보험사의 모든 보험상품을 비교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당초 구상대로 ‘광고비’ 형태로 보험사에 대가를 받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은 “보험료 비교 서비스의 실질이 보험 모집 행위에 해당하는데 보험회사가 그에 대한 대가를 모집수수료가 아닌 광고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경우, 사업비의 합리적 집행이나 기초서류 준수의무에 위반하는 것은 아닌지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험 모집수수료는 최대 14%를 넘을 수 없다. 반면 광고료에는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당장 광고료 수준은 계약의 11%로 거론됐지만, 향후 네이버의 시장 장악력이 커진 뒤 14% 넘게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