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돈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계획인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5일 발표했다.
2025년부터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GDP의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정준칙은 나랏 빚이 지나치게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에 일정한 한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발표된 기재부 도입 방안에 따르면, 이 기준치를 넘어서면 정부는 재정 건전화 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건전화 대책엔 지출 효율화, 수입 증대 등 채무 비율과 재정수지에 대한 구체적 관리 방안이 담긴다.
하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고 예외가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들은 보통 국가채무 비율과 재정적자 비율 상한을 정하고 동시에 충족하도록 하는데 기재부는 두 지표를 곱한 값이 숫자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새로운 계산식을 만들었다. 국가채무 비율이 높더라도 재정적자 비율이 기준치를 밑돌면 준칙을 충족하게 만든 것이다.
또 전쟁, 대규모 재해, 글로벌 경제위기 등이 발생하는 경우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경기 둔화로 판단될 때는 통합재정수지 기준을 -3%에서 -4%로 완화하는 내용도 있다. 최대 3년 조건을 달긴 했지만 경기 둔화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나 주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기재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인 2025년부터 재정준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유예기간을 5년이나 둔 것이다.
그리고 법에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기준은 시행령에 담기로 했다. 그리고 5년마다 재검토하도록 했다. 시행령은 정부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 청와대나 여당의 입김에 사실상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이러한 내용의 국가재정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정준칙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적극적으로 재정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왜 갑자기 재정 준칙을 만들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스스로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엔 국가 부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을 40%로 언급하며 박근혜 정부의 재정 상태를 비판했다.
민주당은 2016년 재정 준칙을 담은 재정 건전화 법안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 새 국가 채무를 전년도 명목 GDP의 0.3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등 예외 사유를 두긴 했지만 준칙을 어길 경우 5년 이내에 초과한 채무를 줄일 계획을 만들도록 했다. 거둬들인 세금 중 쓰고 남은 돈을 초과 채무를 상환하는 데 우선 써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재정 적자와 관련해선 정부가 국세 감면을 요청하려면 기존 감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페이고(PAY-GO)’ 원칙까지 담았다.
당시 민주당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범정부적 재정 건전성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여당이 된 이후엔 재정 준칙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