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 증가를 막는 제도적 장치인 재정 준칙 제정이 여당의 반대에 막혀 연기됐다. 29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재정 준칙 도입 방향 발표 시기를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5일로 미뤘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재정 준칙은 국가 채무, 재정 적자 등 재정 건전성 관리 목표를 법률 등의 형태로 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터키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모두 운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가 채무 급증으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재정 준칙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8일 “당과 (재정 준칙 제정을) 협의하는 절차가 마무리 단계이며, 9월 중 발표할 수 있도록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실효성 없는 재정 준칙을 추석 직전 발표하면 명절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에 연간 국가 채무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을 냈으나, 여당이 된 지금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재정 준칙을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유연성을 저해한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당정 간 이견으로 재정 준칙 도입이 난항을 겪는 사이 우리나라 국가 채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네 차례 추경을 포함한 대규모 적자 예산으로 국가 채무 비율이 작년 말 38.1%에서 올해 말 43.9%로 껑충 뛸 전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령화·저성장으로 우리나라 국가 채무 비율이 2030년 75.5%, 2040년 103.9%, 2060년 158.7%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