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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요구한 ‘신용대출 관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첫 신호탄을 쐈다.

카뱅은 25일부터 직장인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기존 2.01%에서 2.16%로 0.1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다. 최고금리는 건드리지 않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핀셋 조정’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의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한도를 현행 최대 4억원에서 최대 2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주력 상품인 ‘직장인든든신용대출’(3억→2억원) ‘KB Star신용대출’(3억→1억5000만원) 한도 역시 대폭 축소된다. 일부 상품의 대출 금리 역시 0.1~0.15%포인트 오를 예정이다. 우대금리를 지금보다 낮추는 방식을 활용한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6일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대금리를 지금보다 최대 0.4%포인트 낮추는 방식을 써서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카뱅과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25일까지 신용대출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 여신 담당자들과 지난 14일 화상회의에서 이 같이 요구했다. 신용대출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고소득자·고신용자 위주로 신용대출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금감원이 “신용대출을 관리하되,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계 자금을 구하는 데 차질이 없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줄일 수 있는 건 고소득·고신용자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고소득·고신용자 위주로 발생했다는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신용대출에서 고소득자(소득 8000만원 이상) 비중은 작년 6월 30.6%에서 올해 6월 35.4%로 늘었다. 1~3등급의 고신용자(78.4→82.9%), 1억~2억원의 고액 대출(12.6→14.9%) 비중도 모두 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연봉 1억5000만원 고소득자가 2억~3억원씩 빌리는 걸 생계 자금 수요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주식·부동산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데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카뱅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고소득·고신용자의 대출 금리, 한도 등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놓고 “역시 미리 대출 받아두기를 잘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지난 14일부터 신용대출 규제 가능성이 거론되자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폭증한 바 있다. 지난 14~16일 사흘 동안에만 1조1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이후에는 다소 진정됐다.

은행권에서는 “지금 아니면 이 금리·한도로 대출 못 받는다는 걸 알고,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미리 받아두려는 ‘패닉 대출’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