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판매량이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GM이 각종 노동 소송에 휘말리며 법원 공탁금으로만 2000억원을 현금으로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다 지난 15일 고용노동부는 이미 폐쇄된 군산공장에 재직했던 비정규직 근로자를 본사가 직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한국GM이 감당하기 힘든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2015년부터 사내 하청업체 소속 직원(비정규직)들이 잇따라 제기한 여러 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시달려 왔다. 대부분 1심, 2심 재판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됐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GM은 “과거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준수하며 사업을 영위해 모범 사업장으로 인정도 받았는데, 갑자기 불법 파견 기준이 바뀌었다"며 "신의칙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대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부평1공장 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라인이 휴업에 들어가 멈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중국 등지에서 들여오던 자동차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연합뉴스

만년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3000여명을 희망퇴직시켰던 한국GM으로선, 전체 약 2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직고용할 경우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 결과에 따라 배상해야 할 돈을 현금으로 법원에 미리 공탁할 것을 명령해왔다. 한국GM은 지금까지 약 480억원을 공탁했고, 이런 판결 추이대로라면, 내년 1분기까지 1500억원을 더 공탁해야 한다. 우리 법은 현금 공탁뿐 아니라 보증보험회사에 일부 보증금만 내고 발급받은 보증서 제출도 허용하게 돼 있지만, 법원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금 공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1~8월 누적 판매량(28만대)이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해 올해 7년째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3조원대에 달한다. 회사 운영 자금이 부족해 올 초에는 팀장 이상 임원 임금 20% 지급을 유예했고, 세금·공과금 낼 돈도 없어 지자체에서 납부 유예를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한국GM에 군산공장에 근무했던 사내하청 근로자 148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업장이 폐쇄돼 군산공장 정규직 70%인 1400여명이 떠났는데, 이제 와서 비정규직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7월엔 검찰이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수사를 벌여 한국GM의 카허 카젬 사장 등 임원 5명을 불법 파견 혐의로 기소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내 하청은 미국에서 불법이 아니다"라며 “한국GM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GM은 결국 한국 사업을 철수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