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극심한 저금리가 일상화되면서 ‘돈 굴릴 곳 없다’고 하소연하기 바쁜 보험사들이 주담대 영업에 신경 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보통 금융 소비자들은 ‘주담대는 곧 은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사를 떠올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LTV(담보대출비율) 규제도 똑같이 적용된다. 왜 보험사에서 주담대를 받는 걸까.
◇올해 상반기 생보사 주담대, 사상 최대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부동산 담보대출금 대출채권은 45조4944억원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보험사들의 부동산 담보대출금 대출채권은 지난해 말(43조1578억원) 대비 5.4% 증가했다. 불과 6개월 사이에 2조원 넘게 늘어났다. 다른 대출과 비교할 때 속도가 가파른 편이다. 생보사들의 전체 대출채권 규모는 전년 말 대비 1.8% 늘었다.
예년과 비교해서도 증가세는 빠른 편이다. 작년에는 한 해 동안에 2018년 대비 1.3% 느는 데 그쳤다.
◇예상외로 싼 보험사 주담대, 최저금리는 은행보다 낮기도
왜 이렇게 늘었을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워낙 돈 굴릴 데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보험사들은 주로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시장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꾸준히 떨어지면서, 보험사들이 마땅히 살 만한 채권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데 주담대 수요는 꾸준하니, 주담대를 공격적으로 공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결과 보험사 주담대 금리는 ‘예상 외로’ 낮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통합비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변동금리 주담대(원리금 분할상환, 아파트 기준) 최저금리는 2.12%에 불과하다. KB손해보험은 2.3%, 삼성생명은 2.38%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의 최저금리는 2.42%다. 하나은행(2.48%), NH농협은행(2.6%), 신한은행(2.61%), 우리은행(2.8%) 등은 이보다 높다. 다만 평균금리는 대체로 은행이 보험사보다 낮은 편이다.
고정금리 주담대의 경우, 최저금리 상품은 농협은행(2.05%)이 팔고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2.28%), KB손보(2.3%), 삼성생명(2.38%) 등도 2%대 초반대의 저렴한 금리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서 보험사 금리가 은행보다 쌀 수도 있다”고 했다.
◇LTV는 같지만, DSR은 다르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험사에서 빌릴 때 대출한도가 더 넉넉히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정부는 LTV 규제를 전 금융업권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규제 차익을 노려서 2금융권 대출을 받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업권마다 다소 다르다. DSR은 연간 총부채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데 한 해 갚아야 할 빚이 2000만원이면, DSR은 40%로 계산된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차주 단위로 DSR 40% 제한을 하기로 했다.
그 이전에는 은행이 평균 DSR만 40% 이내로 관리하면 됐다. A씨에게 DSR 60%까지 대출을 해줬다면, B씨의 DSR은 20%쯤으로 낮춰 관리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누구든 ‘DSR 40%’라는 기준을 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 보험사에는 이런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된다. 보험사는 올해까지 DSR이 60%다. 내년부터 50%, 2022년부터 40%까지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주담대만 받는 경우에는 은행이든 보험사든 한도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신용대출을 많이 받아둔 사람이라면, DSR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험사를 찾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