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에서 만난 국내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테슬라 쇼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대형 부품사 고위임원은 “자동차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면서 전통 자동차산업의 서플라이 체인이 급속히 해체될 위기에 놓였다”고 했습니다. 팀장급 한 엔지니어는 “테슬라에 들어간 AI 반도체에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 하나 설계하려면 돈도 수천억원은 들어가지만, 일류 설계팀을 꾸리는 것조차 국내에선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자원을 쏟아붓는 리더십 없이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한 베테랑 컨설턴트는 “기존에 주도권을 쥐고 있던 자동차 회사와 신기술로 무장한 대형 부품사, 신흥 소프트웨어 업체 사이에서 앞으로 주도권 다툼이 볼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로벌 대형 팹리스업체 고위 임원은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는 자동차 회사는 5년 내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얘기는 ‘자동차 회사는 테슬라를 증오하지만, IT 회사는 테슬라를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는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의 애플이 되는 걸 원치 않겠지요. 하지만 IT쪽에선 내심 바란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신들도 자동차 업계의 구글 안드로이드 같은 존재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테슬라가 치고 나가면서, 자동차 업계 게임의 룰이 통째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비하든지 망하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생산직 일자리 나누기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첨단 엔지니어와 실리콘 밸리 천재들의 무한 도전의 무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요?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