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정철동 사장의 직무실에는 ‘자부심’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는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2년 전 신임 대표로 왔을 때 직원들에게서 액자를 받았어요. 직원들이 신임 대표에게 바라는 글을 쓰면서 자주 언급된 단어를 형상화한 워드 클라우드예요. 가장 또렷하고 큰 게 ‘자부심’이란 단어입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LG이노텍의 정철동 사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마곡동 사옥에서 한 인터뷰에서 “회사의 선순환 고리는 자부심”이라며 “직원들의 자부심은 열정으로 이어지고, 최고 품질의 부품을 만들고, 그건 다시 회사의 수익과 성장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을 다시 보상과 동기부여로 활용해 직원들의 자부심을 더 키우는 게 나의 일”이라고 했다.
1970년에 전기 스위치나 가변저항기 제조사로 시작한 금성알프스전자(현 LG이노텍)는 재작년에 매출 7조7982억원, 영업이익 2635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전년 기록을 또 경신, 8조3021억원 매출에 4031억원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병)에도 매출 9조원대와 영업이익 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부품 회사로 꼽힌다. 하지만 정 대표는 “세계 1위 소재부품 기업이라고 하기에 우린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2~6%의 영업이익률로는 부족하다”며 “부품 회사는 적어도 10%의 영업이익률을 내야 한다”고 했다. 10조원 돌파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매출이 목표라고도 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는 36년 전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로 입사,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담당(상무)·생산기술센터장(전무)·최고생산책임자(부사장)를 거쳐,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을 지냈고, 2018년 말 LG이노텍 대표로 왔다.
◇ “진짜 넘버1이 뭔지 보여줄 것”
정 대표는 “회사의 비전은 글로벌 소재부품 넘버1이지만 단순히 총량 개념이 아니다”라면서 “완성품 시장의 세계 1위 기업들이 우리 부품을 먼저 찾고 구매할 때 그게 진정한 넘버1”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싸게 파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북미 지역의 한 고객사는 10년간 엄청난 스펙의 부품을 요구했고 그걸 맞추면서 우린 독보적 기술을 확보했다”며 “최고의 부품 업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구미 공장에 1274억원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어요. 생산 비용만 생각하면 해외로 나가는 게 맞죠. 하지만 통신용 반도체 기판인 ‘RF-Sip’은 압도적 기술 격차를 확보했고, 비싸도 팔 실력이 있어요. 해외에 공장 만들면 오히려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죠.”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이나 포토마스크 등 세계 1등 부품을 여럿 갖고 있다. 그는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HDI 경성기판이나 LED 조명과 같이 해외와 비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없앤다”고도 했다.
◇“코로나같은 위기는 계속 올 것”
정 대표는 지난 7월 말 ‘프라이드(PRIDE)’라는, 직원 자부심 고취 활동을 시작했다. 프라이드는 회사 성과(Performance)·보상(Reward)·개인 맞춤형 근무(Individualization)·역동적인 업무(Dynamic)·전문가(Expert)를 의미한다. 그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데서 일하고,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며 “흔히 ‘눈에 안 띄면 직원들이 논다’고 보는데, 경영자는 그것부터 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경영 외적인 돌발 위기는 계속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이 만들어지고 극복한다 해도 내년에 또 다른 게 올 것”이라며 “이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재택근무 등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변수는 끝도 없이 계속 오기 때문에 더 튼튼한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직원들의 자부심과 열정이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 LG이노텍은 이제 그 절반을 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