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경제부 기자

지금까지 이런 펀드는 없었다. 이것은 펀드인가, 정부 재정 사업인가.

지난 3일 공개된 ‘뉴딜 펀드’ 얘기다. 나랏돈이 들어가지만 단순한 정부 재정 사업은 아니다. ‘한국판 뉴딜’에 5년간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그중 70조원은 민간 금융회사 돈이다. 이날 청와대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불려가 ‘뉴딜 청구서’를 받아 온 직후, 금융사들은 앞다퉈 “년간 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자료를 냈다. 뉴딜 펀드에도 20조원 중 13조원이 민간 금융사와 투자자 돈이다.

그러면 이게 펀드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사실상 원금 보장”이라는 정부 공직자들 말이 걸린다. 하다못해 국공채 펀드도 ‘원금 보장’이라고 팔면 안 되지 않나. 펀드이면서 공공이 손실을 보전해주고, 국가 사업이지만 민간이 대부분 돈을 대는 정체불명의 혼종. 이게 뉴딜 펀드라고 생각한다.

간혹 설명을 들을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 있는데, 뉴딜 펀드가 바로 그렇다. 왜 투자 손실을 나랏돈으로 메워주고, 투자 시 세제 혜택까지 줘야 할까. 정부는 “(뉴딜 관련 인프라에) 공공재적 성격이 있고, 국민 경제 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국가 재정으로 하면 될 일 아닌가. 국채 이자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투자자 돈을 끌어와서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일각에서 “정부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면서도 국가 부채로는 안 잡히게 하는 재정 분식 회계”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는 또 뉴딜 펀드가 “국민과 뉴딜의 성과(수익)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만기가 긴 뉴딜 펀드에 여윳돈을 넣을 수 있는 건 대부분 중산층 이상일 것이다. 세제 혜택(세율 9%로 분리 과세) 역시 한 해 이자·배당으로 번 돈이 2000만원을 넘는 사람에게나 매력적이다. 그들에게 줄 혜택은 국민이 갹출해 마련한 세금에서 나간다. “손실은 전 국민이 나누고, 수익은 중산층이 챙긴다”는 게 정책 취지라는 말인가.

애당초 정부가 ‘뉴딜 관련 기업·프로젝트’라고 찍어준 곳에 민간이 투자하라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디지털·그린 산업 육성이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정부가 억지로 팔 비틀지 않더라도, 시장은 알아서 ‘될성부른 싹’을 찾아 투자하고 있다. ‘투자자가 혁신 기업을 못 알아보니 정부가 대신 나서겠다’는 발상은 오만이다. 차라리 풀어야 할 규제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편이 도움 될 것이다.

뉴딜 펀드의 어느 면을 뜯어보든 쉽게 이해되지 않자 음모론이 싹튼다. 태양광발전, 2차전지, 자율주행차 등을 앞세워 돈을 빼먹으려고 한 운동권 출신 인사, 전직 장관의 조카, 사모펀드 관계자가 떠오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