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제(官製) 펀드’를 띄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 재정 대신 민간 자금으로 국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용두사미로 끝나는 ‘흑역사’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펀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었다. 이후 금융권에는 녹색금융협의회가 생기고 각종 ‘녹색성장펀드’가 쏟아졌다. 2009년에는 녹색성장이 ‘테마주(株)’가 되면서 평균 수익률이 58.6%에 달했다. 그러나 태양광 등의 업황이 부진해지자 2011년 수익률은 -21.6%로 뚝 떨어졌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뜸해지면서, 한때 50개가 넘던 펀드 수는 17개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전기차 열풍 등으로 인해 수익률은 괜찮은 편이다. 대표적인 녹색성장펀드 ‘미래에셋그린인덱스펀드‘의 최근 3년 기준 수익률은 10.18%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펀드’가 떴다. 2014년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이 나오자 시장에서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2016년 북한 핵(核)실험 등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통일펀드도 위축됐다. 수익률도 신통치 않다. 최초 통일펀드인 ‘신영마라톤코리아펀드’의 최근 3년 기준 수익률은 -6.65%다.
박근혜 정부는 또 2015년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며 ‘청년희망펀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기부금 강요 논란 등 잡음만 남기고 2018년 판매가 중단됐다. 뒷말이 많았던 청년희망펀드 이후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밀어주는 펀드는 죽 쑨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주도한 펀드는 대부분 정부가 기획했지만 실제 투자는 민간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관제 뉴딜 펀드와 다르다. 과거 녹색성장펀드나 통일펀드 등은 손실이 발생해도 민간이 책임졌다.
정부도 관제 펀드의 실패 사례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녹색성장펀드 투자 규모가 7000억~8000억원대에서 1000억원대로 떨어진 걸 알고 있다”면서 “이번 뉴딜 펀드에는 투자 대상 범위를 넓히고, 강력한 세제 혜택을 담았으므로 (과거 정책성 펀드보다) 더 잘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