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금융노조 위원장이 거대 여당의 최고위원에 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노조 숙원사업이었던 ‘노동이사제’를 비롯해 국내 금융권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은 각종 정책들에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31일 민주당 최고위원에 임명됐다. 2011년에도 금노 위원장이던 김문호씨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다. 금노 위원장으로 여당 최고위원이 된 것은 박 위원장이 처음이다. 박 위원장은 “최고위원 지명은 금융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박 위원장의 여당 최고위원 임명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힘이 막강한 한국 금융 산업 현실에서 노조가 거대 여당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은행권에서는 노조가 세기 때문에 고질적인 호봉제 폐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젠 그런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다,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까지 현실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민주당 측에 노동이사제 도입, 금융공기업 지방 이전 추진 철회, 금융인공제회 설립 추진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박주민 의원은 아예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에 전면 도입하는 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금융노조가 지지 성명을 내기도 했다.
금융노조가 정치권에서 대접받는 까닭은 민주당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만 여명의 민주당 대의원 중 한국노총 소속은 700여명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이 금융노조 소속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기업은행 조합원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올해 초 기업은행장이 노조에 막혀 출근을 못 하고 있을 때 이례적으로 여당 대표까지 나선 적이 있다”며 “금융노조 소속 여당 대의원 중 절반이 기업은행 소속이기 때문에 여당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