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일 확정된 내년 정부 예산안을 한마디로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 예산’이라고 했다. 당면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 활성화 대책을 담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포퓰리즘 예산도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눈에 띄는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고 선심성 예산을 줄줄이 배정했다”고 했다.

◇한국판 뉴딜에 21조

내년 예산에 담긴 한국판 뉴딜사업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국가 주도 경제 프로젝트다. AI(인공지능) 등 신산업에 2025년까지 총 160조원(국비 114조원)을 투자한다는 것으로, 이번 예산엔 그 물꼬를 틀 21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산업·중소기업·에너지(22.9%), 환경(16.7%), R&D(12.3%) 예산도 많이 늘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5G, AI 등에 5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온라인 의료, 교육 등 비대면 산업에도 5000억원을 투자한다. 전기차·수소차도 11만6000대 보급한다.

하지만 민간 투자를 어떻게 끌어낼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자칫 ‘실패한 관제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나서면서 오히려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분야의 고등 인재 2만명을 양성하기 위해 디지털융합 가상캠퍼스 사업에 1000억원을 배정하는 사업도 논란이다. 디지털 분야 고등 인재가 어떤 인재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부처의 기존 사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2021년 분야별 예산 증가 규모

◇경제 활성화 대책이 쿠폰·상품권 살포

정부는 내년도 핵심 사업으로 한국판 뉴딜과 함께 쿠폰·상품권 발행 등 소비 활성화 대책을 꼽았다. 20조원 규모의 민간 소비를 창출한다는 명분으로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바우처·쿠폰 발행을 위한 예산 1조8000억원을 반영했다. 올해 3조원어치 발행한 지역사랑상품권은 내년에 5배(15조원)로 늘린다. 바우처·쿠폰은 국민 절반인 2346만명에게 준다. 농산물을 사거나 외식, 숙박 등을 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 올해는 지난 8월 뿌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보류됐다.

이를 두고 “경기 회복, 소비 활성화 대책이 결국 쿠폰, 상품권 살포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올 봄 상품권을 발행해 소비 진작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소비가 늘어난 것이지 실제 효과는 검증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교수는 “재난지원금도 일종의 쿠폰인데 그 효과에 대해선 정부도 스스로 부정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기재부는 카드 승인액 등을 분석한 결과 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가 30% 정도였다고 추산했다. 14조원 중 4조원만 소비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돈 없다면서 현금 복지는 펑펑

쓸 돈이 부족하면 알뜰하게 잘 써야 하는데 ‘인기 영합적’ 사업도 눈에 띈다. 국방 분야에선 3조8000억원 규모의 ‘장병 사기 진작 7종 패키지’가 등장했다. 내년에 장병 봉급을 12.5% 인상하고 23만5000명에게 연 10만원씩 자기개발비도 주기로 했다. 병장 기준 월급이 54만1000원에서 60만9000원으로 오르고, 매달 1만원씩 이발비도 지원한다.

인기 영합적 성격이 강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내년에도 대폭 늘어난다. 올해보다 19조4000억원(10.7%) 늘어난 199조9000억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한다. 전체 예산의 36%를 차지한다. 장애인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월 25만원인 기초연금은 30만원으로 인상한다. 막대한 세금을 각종 ‘현금 복지’에 쓰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보건·복지·고용 예산의 경우 고정적으로 돈이 나가야 하는 ‘의무지출’ 비중이 66.8%에 달한다는 것이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의무지출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워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고 그만큼 미래 성장에 쓸 돈이 줄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