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세상 따위

넷플릭스에서 2019년 공개됐던 영국 드라마다. 제목 ‘빌어먹을 세상 따위(영제 The end of the Fxxxing world)’에서도 알 수 있듯 블링블링, 샤방샤방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거리가 ‘조금’ 있다고 한 건 아예 없진 않기 때문이다.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포스터. /넷플릭스

주인공인 17세 제임스는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라고 믿는다. 동물을 죽이는 데 싫증이 나서 사람을 죽여보기로 한다. 대상은 앨리사. 그런데 앨리사도 만만치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녀다. 둘은 가정환경에서 온 결핍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일까. 제임스는 죽이려던 앨리스에게 세상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한 동질감과 애정을 느낀다.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학창시절 일탈을 꿈꾼 사람은 많을 것이다. 제임스와 앨리사는 일탈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곧장 행동으로 옮긴다. 결국 둘은 ‘이상한 짓’을 해가며 가출까지 감행한다. 매회 20분 정도의 분량으로 시즌당 8회가 주욱 이어진다. 시즌 2까지 볼 수 있는데, 주말에 정주행이 쉽게 가능하다. 학창시절 일탈을 꿈꿨거나, 꼭 대단한 일탈이 아니더라도 성장통을 뼈아프게 겪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한 장면. 17세 제임스와 앨리사는 누구나 조금씩 겪었던 성장통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


◇분투파소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중국 드라마 분투파소년은 분류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여럿 있다. 스포츠 드라마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청춘 드라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의 아들인 주인공 루샤가 아버지 모교인 위칭고에 전학을 와서 테니스부에 가입하고 벌어지는 일이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중국 드라마 분투파소년. 일본 만화 테니스의 왕자가 원작이다. /넷플릭스

분투파소년은 일본 만화 ‘테니스의 왕자’다. 현재 30대 40대 가운데 학창시절 만화책 좀 봤다고 하는 사람들에겐 필독서나 다름 없었던 인기 작품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테니스 붐을 일으킬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 원작에서도 만화적인 과장이 가미된 테니스 기술이 줄줄이 등장한다. 일본 테니스의 왕자가 중국의 손을 거치며 중국 무협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재탄생했다. 애니메이션이 실사화하면서 나타나는 이른바 ‘병맛’이다. 하지만 대놓고 병맛 장면을 보여주는데 등장인물들은 한결 같이 진지하다. 불편함만 잠시 참는다면 오히려 그 괴리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춘 스포츠 드라마가 으레 그렇듯 남자 주인공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여주인공(치잉)이 등장하는 클리셰도 포함했다. 또한 학창시절 뭔가에 몰두해 마치 자기 인생의 전부인 양 모든 걸 거는 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필요한 이들에게 권한다.


◇클루리스

Y2K 패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1996년 작품. ‘레전드 하이틴 로맨스’ 클루리스는 출연진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 세어 역을 맡은 알리샤 실버스톤의 싱그러운 젊음이 화면에 뚝뚝 묻어난다. 셰어는 아기 때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지만, 잘 나가는 변호사 아버지와 부족함 없이 살아가는 인물. 베버리힐스 고등학교의 최고 인기녀인 그의 취미는 쇼핑이다. 유치찬란한 서사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Y2K 트렌드를 마음 편히 감상하자.

영화 '클루리스'


◇엘리트들

막장 하이틴 드라마 ‘엘리트들’을 보고 나면, 국산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순한 맛으로 느껴질 수 있다. 스페인의 한 유명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를 둘러싼 스페인 상류층 이야기. 평범한 집안의 학생 3명이 초상류층들이 모인 사립학교로 전학오며 시즌 1이 시작된다. 배경을 보면 하이틴인데, 회를 거듭할 수록 10대들의 이야기가 맞는지 눈을 의심하게 된다.

범죄, 마약, 동성 연애는 기본이고 이복 남매간 근친 관계까지 등장하는 막장이지만 국내에도 마니아들이 넘쳐난다. ‘종이의 집’을 재밌게 본 시청자들이 ‘엘리트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 현지에선 2018년 공개 직후부터 폭발적인 화제와 인기를 모았다. 최근 시즌 4가 공개되면서 이전 시즌 주인공의 뒷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까지 인물별로 등장했다.

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들'의 한 장면./넷플릭스


◇낫아웃

투 스트라이크 상황. 타자는 헛스윙. 그런데 이게 웬일, 포수가 공을 놓쳤다. 베트를 던지고 냅다 뛴 타자, 공보다 먼저 도착해 1루에서 펄쩍펄쩍 뛴다. 낫아웃이다. 작년 6월 개봉,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화 ‘낫아웃’은 막막하기만 했던 청춘들의 꿈을 이야기한다. 꿈은 꾸지만 번번히 좌절하고, 포기할 때 쯤엔 누군가 나타나 그 꿈을 이어준다. 그래서 매순간이 ‘죽을만큼 힘들다’고 느꼈던 그 때, 힘들었지만 그리운 그 때를 선물해 준다.

영화 '낫아웃' 스틸

열아홉 고교 야구 입시생, 기적처럼 봉황대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다. 그 기운으로 프로야구단 연습생 제안을 받지만 단번에 거절하고,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대학야구단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조차 만만찮다. 주인공이 생각하는 이유는 돈, 돈이 문제다.

홀로 돼 망하기 일보직전의 식당을 하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또 거절당한다. 직접 구해야겠다고 결심한 주인공은 범죄까지 시도하고, 우여곡절 끝에 훔친 돈을 감독에게 갖다 주지만 이번엔 금액이 적다고 또 외면당한다. 영화는 결국 식당을 정리한 아버지의 도움으로 주인공이 야구라는 꿈을 이어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해피앤딩도, 새드앤딩도 아니게.

답답하고, 아프고, 힘들고, 억울했던 순간들지만 그 시절, 그 감정에 푹 빠질 수 있다. 그것도 추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