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아홉

드라마 '서른, 아홉'

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을 다룬 드라마다. 강남 한가운데 번듯한 자기 병원을 차린 피부과 원장 차미조(손예진), 배우들의 연기 선생님이자 시한부 선고를 받는 정찬영(전미도), 백화점 화장품 매장 매니저 장주희(김지현)의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불행한 결혼을 유지하는 ‘유부남’이자, 시한부 애인에 괴로워하는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진석 역을 맡은 배우 이무생의 눈물 연기가 압권. 이무생의 오열 연기는 ‘눈물 버튼’ ‘현실 연기’라는 별명과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크게 확산했다.


◇모어 댄 블루

대만 영화 ‘모어 댄 블루(more than blue)’.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곁에 휴지를 준비해야 한다. 눈물이 콸콸 쏟아진다. 내용은 ‘눈물 펑펑 영화’의 기본을 충실히 따랐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간단히 소개하자면 남자 주인공이 아픈데, 여자 주인공에게 알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랑하지만, 끝까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고 여자 주인공의 행복을 빌어준다.

모어 댄 블루 포스터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아이고 이런 클리셰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눈물샘은 자극되고,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클리셰로 가득한 영화이지만, 남녀 주인공의 매력적인 외모와 연기가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 영화에는 같은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온다. “사랑을 설명할 수 있다면 사랑 때문에 아픈 사람은 없겠지.”

모어 댄 블루는 2009년 권상우, 이보영 등이 출연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제목 모어 댄 블루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영어 제목이기도 하다. 모어 댄 블루는 국내에선 흥행에 실패했지만, 중국 등에서 크게 히트를 쳤다. 그 덕분인지 넷플릭스에서 2021년 시리즈로 만들어 공개했다.

대만 영화 모어 댄 블루의 한 장면. 뻔한 스토리일 수 있지만, 두 주인공의 매력적인 모습에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언포기버블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 언포기버블의 포스터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언포기버블(The Unforgivable). 2021년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일부 극장에서 상영된 이 작품은 대놓고 눈물을 짜내지 않는다. 이렇다할 사건이 터지지도 않지만 러닝타임 내내 집중하게 만들더니 결국 마지막에 눈물, 콧물이 줄줄 난다.

주인공 루스는 경찰관을 살해한 살인범이다. 20년간 복역하고 가석방된 루스는 사실상 자기가 키운 여동생을 만나는 게 소원이다. 교도소에서 수천통의 편지를 썼지만 답장 한 번 받지 못했다. 가석방된 후 루스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동생의 생사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살인범, 그것도 경찰을 살해한 전과자에게 세상은 냉혹하다. 루스의 보호관찰관은 그에게 “이 세상은 당신 생각과 다르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

단순한 스토리라인이지만(물론 반전은 있다), 이 영화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게 만든다. 원동력은 ‘왕년의 스타’인줄만 알았던 산드라 블록이다. 등장인물은 여럿 나오지만, 산드라 블록이 홀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며 영화를 보는 이들을 좀처럼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게 만든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아이유와 이선균이 대화하는 장면. /tvN

tvN에서 2018년 방송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종영 4년이 지나도록 인기가 가라앉지 않는 보기 드문 작품. 아이유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7.4%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생 드라마’로 꼽은 열혈 팬층이 매우 두텁다. “모든 건물은 내력(內力)과 외력(外力)의 싸움이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같은 명대사가 여럿이다. 한번 보면 먹먹한 마음을 다스리기 어려운 수작.


◇낙원의 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

장르는 정통 느와르. 장국영, 유덕화가 나오는 홍콩 느와르가 연상되지만 그보다 훨씬 무겁고, 어둡다. 2021년 4월 넷플릭스가 독점 공개한 ‘낙원의 밤’은 스토리에 집중하기보다 배우들의 대사에, 아름다운 배경에 몰입되는 작품. 잊혀질만 하면 순위에 이름이 올라오는 존재감도 있다.

바다도, 하늘도, 바람도 아름다운 제주가 배경이다. 가족 잃은 복수로 상대편 조직 두목을 제거한 폭력배 태구(엄태구 분)는 제주에 몸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여자를 만나 도움을 받지만 둘은 끊임없는 공격에 몰리고 또 몰린다. 보는 내내 무섭고 잔인하다. 유혈이 낭자하고 죽고 죽인다. 영화의 끝은 몰살이다.

슬픈 영화 맞냐고? 피투성이가 된 채 홀로 남은 여자, 해변에 서 있는 그의 표정에서 울컥했다. 다 끝난 뒤 ‘슬프다’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