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드라마는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악당을 응원하게 만든다.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은 암에 걸린 줄 안 화학선생님이 제자를 끌어들여 마약왕이 된다. ‘빌리언스’의 주인공은 돈으로 사람 목숨까지 제거한다. 심지어 ‘덱스터’ ‘너의 모든 것’의 주인공은 취미형 연쇄살인마. 그런데도 시청자는 주인공을 걱정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 이유를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21일 시즌4가 공개된 ‘오자크’가 그렇다.

오자크 기본줄거리: 시카고의 꼼꼼한 재무 컨설턴트 마티. 동업자가 멕시코 마약조직 돈을 빼돌린 게 들통났다. 관련자가 모두 총살당한다. 마티는 급히 말을 지어낸다. “오자크로 이주해 5년간 5억달러의 돈을 세탁하겠다.” 야반도주한 그는 미주리 휴양도시에 정착, 스마트하게 자금 세탁에 성공한다. 하지만 하루 하루 목 내놓고 사는 기분이다. ‘자금 세탁’은 그가 처리할 일 중 가장 쉬운 일이었다.

기자는 홈랜드, 브레이킹 배드, 덱스터, 마인드 헌터, 인데버를 잘 만든 드라마로 꼽는다. 로맨스가 거의 없는 범죄스릴러물이다. 이런 기자에게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94%의 확률이라며 끈질기게 (허경영 전화 급이다) 추천한 게 바로 ‘오자크’였다.

미드 '오자크 (Ozark)'는 마약 조직의 자금 세탁을 하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재생 버튼을 누르는 데는 몇년이 걸렸지만, 시즌4의 파트1(7편)까지 거의 매일 봤다. 한 시즌이 10편이니, 제게는 아직 3편이 남았다는 사실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시작은 시시했다. 상황과 캐릭터 설명에 시즌 첫 부분을 할애하는 미드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시카고에서 동료가 무참하게 죽는 장면, 부인의 외도 상대가 빌딩에서 ‘자살 당하는’ 장면은 박진감 넘치지만, 오자크로 이주한 후에는 좀 늘어진다. 하지만 실망해선 안된다. 엄청난 속도감의 롤러코스터도 처음 몇초는 수평으로 서행한다.

회계에 밝은 마티 버드(제이슨 베이트먼)는 오자크에서 FBI에게 걸리지 않고 나바로 카르텔의 마약 자금 세탁법을 고안한다. 시간이 가면서 성과가 나온다. 돈세탁을 위해선 모텔, 클럽을 사들이고, 우연히 매입한 장의사에선 사체를 처리한다. 마약자금의 영구적 합법화, 마약왕 나바로의 신분세탁까지, 그는 최선을 다해 ‘불법한다’.

나머지가 더 흥미롭다. 중산층 주부 웬디 버드(로라 리니)는 불법에 대한 혐오로 시작해, 불법의 편리함 그리고 불법의 권능에 중독되며 더 적극적으로 ‘불법한다’. 루스 랭모어(줄리아 가너)는 아이러니한 캐릭터다. 처음에는 마티 돈을 훔치고 죽일 작정까지 하지만, 마티를 통해 처음으로 가족애, 부성애를 느낀다. 불행에 익숙해, 행복 대신 불행을 선택하는 랭모어가 아이들 이야기 축은 ‘힐빌리의 노래’ 비극판이다.

시즌이 거듭될 수록, 캐릭터가 성장하고 변화한다. 잘 쓴 각본의 전형이다.

범죄자 집안에서 태어나 좀도둑을 일삼는 소녀가 오히려 가장 신의를 지키는 아이러니. 드라마 '오자크'의 중요한 캐릭터 루스 랭모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가족 목숨이 달린 일이야”. 큰 범죄를 저지르면서 아이의 비행을 비난하는 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가족애란 말로 모든 악행을 합리화할 수 있나. 이걸 핑계로 내재됐던 악마성을 펼치는 건 아닌가.

드라마는 ‘가족 목숨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는 드라마 설정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까지 던지며 ‘악의 본 모습’을 묻는다.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거, 정말 맞어?” 그래서 깊어졌다.

미국 중산층 부부는 어떻게 멕시코 마약왕의 자금 세탁원이 됐을까. /넷플릭스

한줄평 정말 가족을 위해 죄 짓는 거 맞어? 자금세탁 판 ‘브레이킹 배드’

개요 미국 l 드라마 l 2017~ l 시즌 4개 (현재 37편)

등급 18세 이하 관람불가

평점 ⭐IMDB 8.4/10, 🍅로튼토마토지수 85% (시즌 1~4 각 70%, 76%, 98%,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