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12월첫번째 주 추천작은 ①셀링선셋4 ②어느 날 ③크리스마스 캐슬 ④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⑤펄 입니다.
◇셀링 선셋4
미국 LA(로스앤젤레스) 초호화 부촌(富村) 할리우드 힐스, 선셋 스트립 지역의 1위 공인중개사 ‘오펜하임 그룹’의 얘기를 다룬 리얼리티 쇼 셀링 선셋(Selling Sunset) 시즌 4가 최근 공개됐다. 집값 때문에 속 터지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기엔 극단적인 ‘부동산 판타지’ 프로그램에 가깝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수십억~수백억원대 저택 매매에 뛰어든 여성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실존 인물. 아찔한 스틸레토힐, 몸매가 드러나는 숨 막히는 원피스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며, ‘매력 자본’을 비즈니스에 십분 활용한다. 페미니스트들의 탈코르셋(꾸밈의 자유) 운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소속 집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며 여왕벌이 되고 싶은 이들의 치열한 기(氣) 싸움, 복잡한 서열 싸움도 관전 포인트. 어제까지만 해도 팔짱을 끼고 다녔던 여인들이 다음날 철천지 원수가 됐다가, 그 다음날 다시 팔짱을 끼고 나타나는 식이다.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벌이는 합종연횡(合從連衡) 탓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 시즌에서 희대의 ‘회사 빌런(악당)’으로 활약한 한 출연자는 실제로 ‘How to be a Boss Bitch’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시대착오적 콘셉트’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예능 프로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여성 출연자들이 일부러 위악적으로 구는 모습에서 묘한 통쾌함이 느껴지기 때문인 듯하다. 현실 세계에선 실제로 직장에서 이말 저말 옮겨대고, 치졸한 짓을 일삼는 인간에겐 남녀 구분이 따로 없다. 남성판 셀링 선셋이 나온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궁금하다. 부동산에 속 쓰린 사람, 직장 인간 관계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킬링 타임, 힐링 타임용으로 추천한다.
개요 리얼리티 쇼 l 미국 l 2021 l 10화(각 30~38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잘 봐, 언니들 싸움이다
평점 IMDb ⭐6.4/10 로튼토마토 🍅88%
◇어느 날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던 어느 날, 하루아침에 강간 및 살인 유력 용의자로 몰린다면? 현수(김수현)는 몰래 아버지가 모는 택시를 타고 친구들과 파티장으로 향하다 우연히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 국화를 만난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면서 둘은 그녀의 집으로 가고, 술과 마약을 즐기다 하룻밤 관계를 맺는다. 다음날 눈을 뜬 현수는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현수는 황급히 도망치려다 경찰에 붙잡히고, 유력한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구속된다. 정황상 현수의 범행이 명백해 보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현수 앞에 변호사 중한(차승원)이 나타나는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영국 BBC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첫화부터 숨 막히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한국화’에 성공한 느낌을 준다. 흥행보증수표 김수현과 차승원 조합은 기대에 걸맞는 연기를 선보인다. ‘펀치’, ‘귓속말’, ‘발리에서 생긴 일’ 등 연출에 참여했던 이명우PD가 지휘봉을 잡아 생생하면서도 막막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냈다. 스릴러, 범죄 장르 팬이라면 강력 추천한다.
개요 한국 l 드라마 l 2021 l 회당 약 1시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한국판 ‘크리미널 저스티스’
◇크리스마스 캐슬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크리스마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크리스마스 캐슬’은 스코틀랜드의 성을 배경으로 했다. 아름다운 스코틀랜드의 풍경이 그렇고 그런 다른 크리스마스 로코 영화와 차별점이다. 이혼한 베스트셀러 작가 소피는 자신이 쓴 소설 결말에 불만을 품은 독자들을 피해 스코틀랜드 고향 근처에 있던 성을 사서 별장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성의 주인인 마일즈는 왠지 그녀가 탐탁지 않다. 당장 돈이 급했던 마일즈는 일단 그녀를 성에서 살게 하되, 크리스마스 전에는 내쫓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둘의 감정선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영화다. 주연 커플인 브룩 쉴즈와 케리 엘위스는 20대가 아닌 중년 커플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 홀리데이’를 또 봐야 하나 고민 중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개요 영국, 미국 l 로맨틱 코미디 l 2021 l 1시간38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올해도 찾아온 크리스마스 로.코 신작
평점 IMDB 5.6/10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과거의 트라우마로 사랑보다 일을 믿는 패션디자이너, 형을 잃고 공허함을 느껴온 유명 패션포토그래퍼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멜로 드라마. 배우 송혜교의 최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송혜교는 국내 패션 브랜드 ‘소노’의 디자인팀 실장이자 업계에서 인정받은 패션디자이너 하영은을 연기한다.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 것 같지만, 실상은 20년지기 친구이자 회사 대표 딸 황치숙(최희서)의 뒤치닥거리가 주업무인 인물. 설상가상 유학 도중 만나 결혼을 준비했던 남자에게는 잠수이별 당한 전적도 있다.
그렇게 “믿을 건 일 뿐!”만을 외치던 영은의 일상에 어느 날 패션포토그래퍼 윤재국이 나타난다. 하룻밤 인연인 줄 알았지만 동종 업계에서 유명한 세계적 패션 사진 작가였고, 자꾸만 영은에게 나타나 호감을 표하는 남자다. 운명처럼 자꾸만 마주치는 그와의 만남에 영은은 죽었던 사랑세포가 조금씩 되살아나는걸 느끼지만, 곧 믿고 싶지 않은 진실 하나를 알게 된다.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던 영은의 전 남친이 실은 사망했고, 재국의 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매 작품마다 화제를 일으켰던 배우 송혜교의 안목치곤 사실 줄거리의 특색도, 개연성도 떨어지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한 영은은 ‘21세기형 캔디’스럽고, 영은과 재국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드라마 여러 편을 짬뽕해놓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두 남녀 주인공 직업으로 삼은 ‘패션’을 잘 활용한 장르 드라마라고 하기엔 관련 장면과 설정들이 그저 들러리처럼 살짝 보여주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송혜교 이름 세 글자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으로 이름을 알린 장기용의 안정적인 멜로 연기가 이 드라마를 볼 조건을 충분히 만들어준다. 도대체 실력있는 영은이 시대가 어느 때인데 저토록 치숙의 몸종을 자처하는지, 재국은 왜 갑자기 영은에게 빠지는지 잘 이해 가진 않지만, 송혜교와 장기용의 투샷과 안정적인 연기 만큼은 이해가 간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를 주는 연출과 대사들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적격이다. ‘뻔한 것도 잘 포장하면 클래식’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 드라마.
개요 l 한국 l 드라마 l 시즌1개(16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일부 회차 19세 이상 관람가)
특징 능력있는 남녀 주인공이 설레는 비주얼로 연애하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고를 것.
평점 ⭐IMDb 7.9/10
◇펄
B.R.O 캐피털 투자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펄’은 분홍색 털실 뭉치다. 이력서에 화려한 경력을 채워 꿈에 그리던 회사에 합격한 펄. 기대 가득한 그의 출근 첫날은 예상과 달리 험난하기만 하다.
까만 양복 입은 남성들 사이에서 홀로 폭신한 분홍 털실 뭉치인 펄은 이방인이다. 가벼운 대화, 저녁 회식, 업무 회의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소외된다. 펄은 실뭉치처럼 단단하게 고정된 ‘그들만의 리그’에 편입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펄(Purl)’을 한글로 번역하면 ‘안뜨기’란 뜻이다. 뜨개질 ‘겉뜨기(Knit)’의 반대말로 조직의 앞면은 니트, 뒷면은 펄이다. 애니메이션에선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을 암시한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털실 뭉치로 묘사된 여성 캐릭터가 경직된 남성 위주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을 그린다. 펄은 양복 입은 사원들보다 더 남자처럼 행동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조직에 완벽 적응한다.
차별적 문화에 자신을 우겨넣으려 애쓰는 펄의 모습이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내 정체성을 지키며 한 사람의 동료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걸까? 다소 직접적인 묘사의 애니메이션이라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성별을 떠나 경직된 조직에서 첫 걸음을 내딛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지점이 많다.
디즈니 플러스엔 볼만한 픽사 단편 애니메이션이 여럿 있다. 여유가 없어 긴 시리즈를 보기 버겁거나 마음 따뜻한 힐링물이 필요할 때 추천한다.
개요 미국 l 애니메이션 l 2019 l 단편·8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폐쇄적인 조직에서 다 함께 살아남는 법
평점 IMDb⭐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