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로 군에 자원 입대해 앙골라·자이툰 파병까지 다녀온 ‘호국의 아이콘’ 이정은. ‘사격계 김연아’로 통했던 그녀는 과거 보수 정당에 영입돼 국회의원 배지까지 달았지만, 여의도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야당 거수기 노릇이나 하다 차기 공천에서 배제된다.
정치의 쓴맛을 보고 야인 생활을 하던 정은은 이후 정치 성향이 다른 진보 논객 김성남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한다. 한 때 ‘나꼼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도 호형호제했던 스타 논객 성남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정은은 진보 정권 말기 문체부 장관에 전격 임명된다. 그녀의 역점 사업은 바로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 각종 폭력 및 부정행위를 / 바로잡기 위한 / 체육문화인 비리수사처’, 이른바 ‘체수처’(공수처 아님) 설치다.
드라마는 어느 날 정은의 남편 성남이 괴한에 납치되고,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주일을 그렸다. 좌충우돌 하던 정은은 그 사이 예기치 않게 ‘대선 잠룡’으로 우뚝 서고 만다.
주인공 김성령은 수영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최윤희 전 문체부 차관을 참고해 연기했다고 한다. 그녀의 연기는 다른 작품에서 종종 보여줬던 ‘50대 파워 우먼’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 언더우드를 보는 듯한 화려한 정장 차림이나 출중한 외모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오히려 그녀를 견제·이용하는 야당 중진의원 차정원 역을 맡은 배우 배해선의 공갈·협박·회유 연기가 참신하다.
가장 매력적인 배우는 진보 논객 김성남을 연기한 백현진(49)이다. ‘유시민이 되고픈 잔잔바리 정치 패널’인 성남은 부인이 스타 장관으로 떠오르자 극심한 열등감에 휩싸인다. 어떻게든 ‘알쓸신잡’ 류(類) 종편 ‘쇼양’(시사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른바 ‘중년 뇌섹남’으로 옛 영광을 되찾고 싶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무능 남편 전문’ 배우 강남길을 뛰어 넘는 새로운 도태남의 발견. 사실 그는 어어부 프로젝트, 프로젝트 그룹 방백으로 널리 알려진 인디 뮤지션이자,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올랐던 현대 미술가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찌질한 남편 연기를 예술적으로 선보인다.
개요 정치 풍자 드라마 l 한국 l 2021 l 12화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키워드 김성령 수트핏, 찌질갑(甲) 백현진, 정치충 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