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8월 둘째주 추천작은 ①쿠킹 위드 패리스 힐튼 ②비보의 살아있는 모험 ③키싱부스 3 ④그리고 베를린에서 ⑤히트&런 이다.
◇쿠킹 위드 패리스 힐튼(2021)
2000년대 초반, 나팔바지처럼 밑단이 넓은 부츠컷 청바지에 8~9㎝ 높이 구두를 신고 대학 캠퍼스 언덕을 오르던 언니들이 있었다.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루이 비통 모노그램 로고가 박힌 ‘잇백(it bag)’을 들고 있었던 그들. 몸에 딱 달라붙는 벨벳 운동복 쥬시 꾸뛰르, 알이 커다란 크리스찬 디올 선글라스, 1950년대 복고풍 마크 제이콥스 코트를 유행시켰던 멋쟁이 언니들이었다. 어떤 사람은 그런 그들을 ‘패션 빅팀’(fashion victim·패션 환자)이라고, 남자 등골이나 빼 먹는 ‘된장녀’라고 손가락질했다. 된장·청국장과 같은 멸칭과 함께 젠더 갈등의 서막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2000년대 20대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로 통했던 할리우드 스타 패리스 힐튼이 넷플릭스와 함께 ‘그 시절 갬성(감성)’을 재현한 예능 프로그램을 새롭게 공개했다. 4일 풀린 리얼리티 예능 ‘쿠킹 위드 패리스 힐튼’이다. 대체 어떤 시술을 받은 건지, 여전히 얼굴에 주름 하나 없는 힐튼은 옷차림도, 말투도 20년 전 그대로다. 그녀는 요리를 할 때도 ‘멋쟁이 레이스 장갑’을 낀 채로 한다.
십수 년 전 그녀가 좌충우돌, 흥청망청 사는 모습은 분명 ‘21세기 유교걸’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었다. 하지만 2021년에 보는 힐튼은 좀 다른 느낌이다. 과거에 갇혀 사는 힐튼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시청자들이 꽤 많은 편. 세월이 흘러 ‘이모 세대’에 진입한 언니들은 옛 생각에 ‘이불 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킬링타임’용이다. 가볍게 보고 나서, 집구석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벨벳 운동복을 찾아보도록 하자. 패션업계에 따르면 요즘 2000년대 벨벳 운동복 유행이 다시 돌아올 조짐이라고 한다. 역시 트렌드 20년 주기설(說)은 진리인 걸까.
개요 리얼리티 예능 l 미국 l 2021 l 시즌1(총 6화·각 20분대)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전國의 ♡I모들ㅇr, ⓔㅣㄹI 五ㅅI오™♀
평점 로튼토마토🍅 18%의 위엄
◇비보의 살아있는 모험(2021)
넷플릭스와 소니픽처스가 신작 뮤지컬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킨자주(열대우림에 사는 아기곰을 닮은 희귀동물) ‘비보’는 그를 사랑하는 주인 안드레스와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 듀오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찾아온다. 안드레스의 옛 파트너가 쿠바 하바나에 있던 안드레스를 미국 마이애미 공연에 초대한 것이다. 그녀를 짝사랑하던 안드레스는 기쁜 마음으로 그녀에게 달려가려 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안드레스는 떠나기 직전 노환으로 숨을 거둔다. 그러자 비보는 안드레스를 대신해 소녀 가비와 함께 쿠바 하바나에서 미국 마이애미까지 신나는 음악 여행을 떠난다. 그가 남긴 사랑 노래를 그녀에게 알리기 위해.
‘비보’는 픽사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명작 ‘코코’를 연상시킨다. 토니상, 그래미상, 퓰리처상을 받은 ‘해밀턴(Hamilton)’과 ‘인 더 하이츠’ 제작자 린마누엘 미란다가 직접 작사, 작곡해 부른 신곡들이 담겨 있다. ‘위대한 쇼맨’의 알렉스 라카므와가 작품의 작곡가 겸 총괄 음악 프로듀서로 나섰다. 스토리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음악성만큼은 기대해도 좋다. 픽사에 ‘코코’가 있다면, 소니픽처스에는 이 작품이 있다고 할만 하다.
개요 애니메이션 l 미국·캐나다 l 2021년 l 1시간35분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픽사에 ‘코코’가 있다면 소니에는 이 작품!
평점 IMDB ⭐ 6.5/10
◇키싱부스3(The Kissing Booth3, 2021)
첫사랑, 그리고 첫키스. 가슴을 설레게하는 이 단어들로 전세계 10대를 사로잡은 시리즈물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 대표 하이틴 로맨스 ‘키싱부스’ 시리즈.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성장하는 10대 소녀 ‘엘’의 연애담을 담은 작품이다. 이용자수 9400만명인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서 큰 인기를 끈 영국 15세 작가 베스 리클스의 원작 소설을 동명으로 개봉한 영화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때마다 전세계 많이본 영화 10위권에 오르내리며 큰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이 어느덧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3편으로 돌아왔다. 1편은 학교 축제에서 돈을 주고 키스를 하는 행사 ‘키싱 부스’에서 어린시절부터 쌓아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여주인공 엘과 남주인공 노아의 사랑이야기를, 2편에선 하버드에 간 노아와 엘의 장거리 연애, 그리고 둘에게 각각 나타난 새 인연 ‘클로이’와 마르코’와의 사각관계를 다뤘었다.
그리고 이번 3탄에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사랑하는 노아를 따라 하버드를 갈지, 아니면 자신의 꿈을 찾아 버클리를 택할지 고민하는 엘의 성장통을 다룬다. 전편에서 엘과 노아의 관계를 위태롭게 했던 사각관계의 인물들도, 감초처럼 극 중 활력을 불어넣었던 엘의 절친 ‘리’도 여전히 함께다.
공교롭게도 앞서 넷플릭스에서 3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던 또 다른 하이틴 로맨스 흥행물 ‘내사모남(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과 많은 점이 닮아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다. 우연히 키스를 통해 마음을 확인한 남자친구와 첫사랑을 쌓아가고, 대학 진학으로 갈등을 빚고, 사각관계에 빠지는 등 대부분의 줄거리 요소가 겹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기만해도 간질거리는 웃음을 자아내는 10대들의 사랑이야기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전작의 호평 만큼은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큰 고민 없이 가볍게 보고, 웃고, 기분전환하기에 좋은 킬링타임용 영화로 추천한다.
개요 로맨틱 코미디 영화 l 미국 l 총 3편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풋풋한 첫사랑. 전세계 10대를 열광케 한 하이틴 로맨스 성공 키워드.
평점 IMDb⭐5.1/10,
◇그리고 베를린에서(2020)
드라마 ‘그리고 베를린에서’는 미국 뉴욕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한 한 여성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한 지역에 수만 명씩 모여 사는 이들 공동체는 여성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오로지 ‘출산’과 ‘양육’이란 목표를 위해 살도록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로 숨진 유대인의 인구수 600만명을 복원하기 위해서다.
주인공 에스티는 공동체의 다른 여성들과 다르다. 울타리 밖을 궁금해하고, 자유를 원한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17세에 결혼해 임신까지 한 에스티에게 공동체는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막이다. 그러나 그는 안온한 생활을 박차고 자아를 찾아 베를린으로 떠난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개요 드라마(미니시리즈) l 미국 l 2020 l 시즌 1 l 4회·회당 52~55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실화 바탕, 높은 울타리를 넘어 내디딘 눈부신 여정
평점 로튼토마토🍅96% IMDb⭐8.0/10
◇히트&런(2021)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 ‘히트&런’. 차량 뺑소니로 갑작스럽게 아내를 잃은 남자가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문을 풀기 위해 미국으로 향한다. 옛 동료 나오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던 그는 아내가 숨겨오던 충격적인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이스라엘 정보 요원들의 첩보 액션을 담은 ‘파우다: 혼돈’의 제작진과 주연 배우가 다시 뭉쳤다. 주인공 세게브 역 배우 리오즈 라즈는 전작 못지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다. 작가이자 중동 정치 전문기자인 아비 이사카로프(Avi Issacharoff)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두 사람 모두 이스라엘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적이 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개요 드라마 l 미국 l 2021 l 시즌 1 l 9회·회당 40~58분
등급 18세 관람가
특징 아드레날린 폭발!
평점 로튼토마토🍅79% IMDb⭐7.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