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7월 첫째주 추천작은 ①보 번햄 : 못 나가서 만든 쇼 ②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③더 볼드 타입 ④사라진 시간 ⑤투 핫 이다.


◇보 번햄 : 못 나가서 만든 쇼(2021)

넷플릭스 '보 번햄 : 못 나가서 만든 쇼(Inside)'의 한 장면./넷플릭스

90분 동안 사람 혼을 쏙 빼놓는 이 쇼의 장르를 대체 뭐라 정의해야 할까. 스탠드업 코미디 혹은 뮤지컬? 뮤지컬 영화? 콘서트? 굳이 무어라고 못박기보단 그저 한 편의 잘 만든 ‘쇼’라 말하기로 한다.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싱어송라이터, 배우, 영화감독인 보 번햄이 지난해 1년간 집에 틀어박혀 만들었다.

음악 자체는 기교 없이 단순하지만 메시지는 묵직하다. 팬데믹 시대의 외로움과 고립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뼈대다. 원제는 ‘인사이드(Inside)’. 물리적으로는 격리됐지만 온라인으로 모두가 연결된 시대를 사는 모순적 현실, 여기서 오는 괴리감과 피로를 다룬다.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보 번햄의 방 한 칸이다. 기획부터 촬영, 감독, 출연, 편집까지 모두 혼자 했다.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관객을 대면하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거나 방황하고 있는데, 보 번햄은 천재성으로 모든 벽을 뛰어넘는다. “코로나 시대의 예술이란 이런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하는 듯하다.

내가 방구석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는 이런 걸작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동시에 뭐가 어찌 됐던 방구석에서 이런 쇼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미국식 유머나 밈,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젊은 세대에게 더 와닿을 것 같다.

개요 코미디 l 미국 l 2021 l 87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미친 재능'이란 이런 것

평점 로튼토마토🍅97% IMDb⭐8.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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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의 감독 무라니시(2019~2021)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시즌2./넷플릭스

1989년 헤이세이 시대가 시작된 일본 사회를 ‘섹스 산업’의 흥망성쇠로 조망한 매우 독특한 드라마다. 소심한 영업사원에서 성인 비디오 업계 정상으로 올라선 무라니시 감독이 일본 버블 붕괴와 함께 몰락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시즌1에서 그를 AV 업계 스타로 키운 작품 ‘SM스러운게 좋아’가 시즌2에서 무라니시의 발목을 계속 붙잡는다. 그 어떤 비디오를 찍어도 초창기 작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작품성 대신 ‘물량 공세’ 전략으로 비디오를 대량 생산하는 무라니시. 섹스 비디오 공장처럼 변한 ‘다이아몬드 영상’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무라니시는 위성방송으로 성인 비디오 사업을 확장하려는 열망에 휩싸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거듭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포르노 비디오’라는 원대한 꿈을 그는 이룰 수 있을까. 일본 호황기가 끝나고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포르노 제왕도 직격탄을 맞는다. 그럼에도 일부 직원들은 ‘궁극의 에로스’를 구현해 외설에서 예술을 피우려는 꿈을 잃지 않는다. 이 드라마는 AV업계, 유흥업소, 야쿠자 같은 일본의 지하 경제를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경쾌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포르노 감독 일대기’인만큼 ’39금'에 준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부적절하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시즌2./넷플릭스

개요 드라마 l 일본 l 2021 l 시즌2(8부작)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버블이 꺼진 1990년대 일본 포르노 왕의 몰락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평점 IMDb⭐ 7.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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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볼드 타입(The Bold Type, 2017~)

드라마 '더 볼드 타입'의 한 장면/넷플릭스

미국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사 ‘스칼렛’에서 일하는 세 뉴요커 여성의 삶과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

세 명의 전문직 여성, 화려한 싱글라이프, 로맨스. 이 세 키워드를 오랫동안 독점해온 유명 드라마라면 꽤 많은 사람이 같은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드라마로, 2008년에는 영화로까지 인기를 누렸던 ‘섹스 앤 더 시티’다. 특히 극 중 성(性)칼럼니스트이자 쇼퍼홀릭인 ‘캐리 브래드쇼’의 각종 패션과 고가의 구두 소장품, 그리고 지적인 섹시함은 뭇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출연진 간의 왕따 스캔들로 2004년 정규 드라마가 갑자기 종영해야 했지만 그 후로도 여성 3인이 나오는 드라마는 자주 ‘섹스 앤 더 시티’의 후신으로 불린다.

이런 섹스 앤 더 시티의 계보작이 될까, 아님 아류작이 될까. 넷플릭스에서 여성 3인, 라이프스타일 잡지사 전문 기자, 싱글라이프와 로맨스란 주제를 건 ‘더 볼드 타입’을 방영 중이다. 팬들 사이에선 이미 ’2020년대 섹스앤더시티'로 별칭까지 생긴 상황.

다만 과거와 달리 주인공들이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지적인 섹시함보단 거칠고 자유분방하면서도 통통튀는 매력을 선보인다. 과거 의사, 변호사, 칼럼니스트로 대변됐던 여주인공들의 전문직도 현대판에 맞게 진화했다. 제인, 캣, 서턴, 세 명의 여주인공이 각자 잡지사 작가, 패션 어시스턴트, 소셜미디어 디렉터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풀어간다.

실제 잡지사 업무를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여성잡지 순위 1위를 차지했던 코스모폴리탄의 전 편집장 ‘조안나 콜스’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특히 ‘섹스 앤 더 시티’가 ‘당당히 일하는 전문직 여성’의 면모를 주로 그렸다면, 더 볼드 타입은 최근 넷플릭스가 주목하고 있는 페미니즘, 성정체성 문제와 연관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주제들 역시 함께 다룬다.

개요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l 미국 l 시즌 3개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2020년대판 섹스 앤 더 시티

평점 IMDb⭐7.9/10 로튼토마토🍅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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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2019)

영화 '사라진 시간'의 주인공 조진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사라진 시간’은 ‘킬러들의 수다’, ‘왕의 남자’, ‘국제시장’ 등 숱한 영화에서 감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정진영이 감독으로 연출한 영화다. 주인공 형구(조진웅)는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로 처음 등장한다. 그런데 왠지 수상쩍은 마을 사람들과 진하게 술자리를 벌인 다음 날 삶이 통째로 뒤바뀐다. 외모와 기억은 그대로인데, 살아온 인생, 가족, 직업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 형구는 자신의 기억과 조금씩 발견하는 단서들로 자신의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 생각보다 철학적이다. 흐름을 종잡을 수가 없다.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관람객은 “영화를 본 내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는 박한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묘하게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끝이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를 아리송하게 만드는 것이 미스터리라면, 이 영화 본질에 충실하다. 다만 기어코 마지막 장면을 확인하고 난다면, 왠지 황망한 마음이 들 가능성이 있다. 그럴 때는 영화 해설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 해설에 납득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개요 미스테리 l 한국 l 1시간4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아리송한 게 미스테리라면, 이 영화 제대로다

평점 IMDb⭐ 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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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핫!(2020~2021)

'투 핫!' 시즌2/넷플릭스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가진 남녀가 아름다운 섬에 갇혀 서로의 짝을 찾는다. 규칙은 절대로 성관계를 하면 안된다는 것. 1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려면 아름다운 상대와 섹스를 포기해야한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는 19금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투 핫!’ 시즌 2가 공개됐다. 전 시즌보다 ‘수위가 더 높아졌다’는게 시청자들의 공통된 반응. ‘몰래 보는 콘텐츠’로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이라 이번에 공개된 시즌 2도 화제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한국판 투 핫!까지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방구석 유교걸·유교보이’들의 ‘동공지진’이 예상된다.

개요 리얼리티 쇼 l 미국 l 2021 l 10부작(5~10화는 7월 9일 공개)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뭐 이런 프로그램이 다 있어!’라며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다

평점 의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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