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Her Eyes

※반전 결말이 중요한 드라마인만큼,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빼고 쓴 기사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속사정을 ‘완전히’ 알아차렸다고 믿는 착각에 빠진다. 실상은 스스로의 속마음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면서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이 같은 착각으로 흑인 여성 ‘루이즈’가 비극을 맞게 되는 과정을 세밀히 그린다. 극 중 이혼 후 아들을 혼자 키우던 싱글맘 루이즈는 바(bar)에서 우연히 만난 ‘데이비드’에게 첫눈에 반한다. 데이비드도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지만 정작 키스를 하던 도중 갑자기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루이즈는 다음날 불쑥 그녀가 일하는 상담 클리닉에 나타난 데이비드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알고 보니 그는 잘 나가는 정신과 의사이자 루이즈가 새로 모셔야 할 상사였던 것. 게다가 그의 옆에는 젊고 빼어난 미모에 막대한 재산까지 지닌 아내 ‘아델’이 함께 있었다.

루이즈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들 부부의 삶에 시기와 선망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데이비드는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며 루이즈를 자꾸 찾아오고, 그의 아내 아델 역시 “외로운 나와 친구가 되어 달라”며 루이즈에게 매달린다. 결국 루이즈는 데이비드와는 불륜을, 그의 아내와는 우정을 나누는 아슬아슬한 이중 생활을 이어나간다. 이 삼각관계의 끝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파국을 맞게 될거란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끝'을 마주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해외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본 뒤 "비하인드 허 아이즈 결말을 알고 난 뒤 내 표정(watcing the final 20 minutes of behind her eyes like)"이라며 공유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사진. /넷플릭스 영국 트위터 계정

이 드라마는 영국 여성 작가 사라 핀보로가 2017년 펴낸 동명의 베스트셀러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그만큼 소설처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원작에서 크게 호평받았던 충격 반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다. 이런 점이 화제가 되면서 지난 2월 첫 공개 직후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집계하는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시청률 2위도 기록했다. 특히 이 드라마 속 반전 결말을 마주한 주인공 루이즈가 자신의 그간 행적을 치열하게 후회할 때, 시청자들 역시 무심코 지나쳐왔던 장면 하나하나를 되새김질하며 다시 보게 된다는 호평이 많다. 드라마의 초반부터 수상한 효과음과 등장인물, 의미심장한 대사, 복선이 숨겨진 옷차림, 평범하지 않은 카메라 구도 등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모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된 것인지는 반전결말을 끝까지 보고나서야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깊고도 어두운 ‘부부의 세계’

바깥에선 누구나 선망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모습이지만 집 안에선 남보다도 못 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넷플릭스

초반 흔한 치정불륜극처럼 이야기를 시작한 드라마는 갈수록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루이즈의 ‘착각’들을 하나씩 깨부수며 반전을 거듭한다.

예컨대 드라마 초반 카메라는 좁고 변두리에 위치한 루이즈의 아파트와 넓고 쾌적한 상류층 지역 속 아델 부부의 넓은 저택을 반복적으로 교차해 보여준다. 이혼 후 따뜻한 연애도, 물질적 풍요로움도 제대로 누려본 적 없는 루이즈에게 이 같은 아델 부부의 드넓은 저택은 그토록 선망하던 이상적인 부부의 보금자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카메라가 저택의 문 안쪽에 발을 들였을 때 비춰진 아델부부는 겉으로는 행복한 척 하지만 속은 망가지기 일보직전인 모습들뿐이다. 데이비드는 매일 아침 아델에게 항정신성 약 복용을 강요하고, 직장에서도 정해진 시간마다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럼에도 아델은 데이비드 몰래 상습적으로 마약을 하고, 급기야 데이비드를 가정 폭력범으로 몰아가기 위해 스스로 자해까지 한다. 모두 집 밖에서만 이들을 관찰하는 루이즈에겐 보이지 않는 진실들이다.

◇꿈과 현실 사이 모호해지는 선과 악의 경계

제목 '비하인드 허 아이즈'처럼 때때로 눈 깊숙이 알 수 없는 광기를 보이는 아델./넷플릭스

극 중 루이즈는 잠든 동안 현실과 꿈을 잘 구분 못하는 중증의 ‘야경증(night terror)’을 앓는다. 이 같은 설정은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의 시선을 통해서만 아델 부부를 이해하던 시청자들이 자신만의 착각에 더욱 깊이 빠져들도록 유도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루이즈는 특히 자신처럼 야경증을 겪었다가 극복했다는 아델로부터 이를 고치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점차 그녀를 신뢰하게 된다. 동시에 그녀를 속이는 것에 미안함도 느끼지만, 정작 데이비드와의 불륜관계는 청산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을 말리는 친구에겐 오히려 “나도 한 번쯤은 이런 관계를 즐겨볼 수 있잖아. 이 관계의 끝에서 나는 절대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쏘아붙이기까지 한다. 여기까지만 두고 본다면 루이즈는 그저 친구를 속이는 천박한 불륜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델부부가 갖고 있던 마지막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루이즈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빼앗긴 불쌍한 피해자로 전락하고, 극 중 인물들 간의 선악구도 역시 빠르게 뒤집힌다.

◇숨바꼭질 추리를 좋아한다면? Stream it

이처럼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숨겨진 최후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시선을 홀리는 장면과 대사들을 이어나간다. 마치 복잡한 그림을 여러개 쭉 이어붙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매직 아이’처럼 말이다. 평소 추리물을 좋아했다면 수많은 장면들 속 숨겨진 속뜻을 하나씩 찾아내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질 것이다.

◇비현실적 요소와 느린 전개가 싫다면 Skip it

다만 마지막회 반전 결말에 이르기까지 총 6화에 걸쳐 결말을 감추기 위한 미끼성 장면들을 줄줄이 거쳐가야 한다는 점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초반에는 심리 스릴러로 전개되던 드라마가 후반부턴 ‘SF(공상과학)’에 가까운 장면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현실적인 개연성을 중시하는 시청자들이라면 몰입감이 확 떨어질 수 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Behind Her Eyes)>

개요 영국 l 시즌1·6회 l 회당 약 50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연출 에릭 리히츠 스트랜드

특징 드라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하게 만드는 반전 결말

평점⭐ IMDb 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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