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페이스북 발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두 교황’(2019)이라는 영화를 꼭 보라고 권유했다. “정치가 그런 품격을 반에 반만 닮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도 했다. 품격 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정치판을 비판한 것이다.

임 전 실장과 이 지사의 논쟁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활임금’을 지지했느냐, ‘기본소득’을 지지했느냐를 두고 벌어졌다. 이 지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지론인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했다”고 썼다. 임 전 실장은 이튿날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소득이 아니라 생활임금이라고 반박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재명 지사. /조선일보DB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전 세계 사회운동 단체 대표들에게 보낸 부활절 서한에서 “당신이 수행하는 고상하고 대체할 수 없는 일을 인정하고, 그에 존엄성을 부여하는 ‘레트리부치오네 우니베르살레’(Retribuzione Universale)의 한 형태를 생각할 때가 됐다. 이는 바로 ‘권리가 없는 노동자는 없다’는 인간적이고 기독교적인 구호를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급여”라고 썼다.

넷플릭스 '두 교황'

‘레트리부치오네 우니베르살레’는 우리말로 ‘보편적 보수’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이를 두고 교황이 기본소득을 지지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임 전 실장은 교황 서한에 나오지 않는 이탈리아어 ‘살라리오 우니베르살레(Salario Universale)’를 뜻하는 것이라며, 이는 영어로 ‘유니버설 베이직 웨이지’(Universal Basic Wage), 우리말로 ‘보편적 임금’ 또는 ‘보편적 기본 임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이어 “공공부문에서 확산되고 있는 생활임금제도가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민간 부문으로 확산돼 자리잡도록 지원하고 제도화할 수 있다면 이 시대에 가장 훌륭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교황이라는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한 것이다.

넷플릭스 '두 교황'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에 기본소득이나 생활임금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극찬한 ‘품격’은 무엇인지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이념과 살아온 길이 거의 반대인 두 지도자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도 결국 해답을 찾아나가는 감동을 주는 영화다.

영화 제목 두 교황은 종신직인 교황직을 자진 사임해 바티칸을 뒤흔들었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 두 사람을 일컫는다. 앤서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 두 명배우가 각각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 역을 맡아 열연한다. 열연도 열연이지만 두 배우의 모습이 실제 인물의 품격과 위트, 페이소스까지 너무 닮아 얼핏 다큐멘터리가 아닌지 착각될 정도다.

베네딕토 교황을 열연한 앤서니 홉킨스. /넷플릭스 '두 교황'

독일 출신인 베네딕토는 일부 반대파들이 ‘나치’라고 비난할 만큼 보수 성향이었고,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는 대중들의 가까이에서 길거리 선교에도 스스럼 없이 나서는 대표적인 진보 성향 추기경이었다.

2013년 추기경 은퇴를 원했던 베르골리오(후에 프란치스코 교황)는 베네딕토 교황에게 은퇴 허락을 받기 위해 로마로 향한다. 베네딕토는 교황청에서 좀 떨어진 여름 별장에 머무르고 있었고, 베르골리오는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여름 별장을 찾아간다. 별장에서 베르골리오를 만난 베네딕토는 베르골리오의 사임도 수락할 수 없고, 베르골리오가 제기하는 가톨릭 교회의 문제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논쟁을 벌인다.

프란치스코(베르골리오) 교황을 열연한 조나단 프라이스. /넷플릭스 '두 교황'

베네딕토 교황이 베르골리오 추기경의 사임을 허락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자신이 교황에서 물러나고 베르골리오가 후임 교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천지창조’가 그려져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베네딕토 교황은 베르골리오에게 “주님께서는 새 교황을 통해 이전 교황을 바로잡으신다고 하더군요”라며 자신의 사임 계획을 얘기한다.

영화 '두 교황'(2019)의 한 장면. /넷플릭스

베르골리오는 자신이 해방신학자이지만 1970년대 아르헨티나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레돈도 군사독재정권에 타협했던 과거를 고해한다. 베네딕토 교황도 가톨릭 교회의 성추문 스캔들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을 고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고해를 들어주고, 이념과 신념의 차이를 이해하며 인정하고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 가톨릭의 새 길을 열어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베르골리오는 이듬해 교황에 선출된다.

넷플릭스 '두 교황'

영화에서 베네딕토 교황의 이 발언은 인상 깊다. “서방세계는, 유럽은 너무 상대성이 보편화돼 있어. 너무 형식화 돼 있어. 차기 교황은 유럽 바깥에서 나와야 해.” 이 신념 아래에서 유럽이 한때 식민지로 삼았던 남미 출신의 교황이 탄생한다.

영화는 명작임에 분명하지만 두 노인의 대화가 자칫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교황이라는 권위의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고민과 방황을 깊이있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즉흥적 흥미를 앞서고도 남는다. 시스티나 성당 내부를 재현한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 교황 선출과정인 콘클라베에 대한 세밀한 묘사, 두 교황이 나란히 앉아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축구 경기를 보는 모습 등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명장면이 지루함을 잊게 해준다.

넷플릭스 '두 교황'

영화를 본 후 임 전 실장이 말한 품격이 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야당 인사가 아닌, 같은 여권 정치인인 이 지사와의 논쟁에서 이 영화를 보라고 했는지는 좀 더 생각하게 만든다.

개요 실화 바탕 영화 l 영국 l 12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출연 앤서니 홉킨스, 조나단 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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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Db 평점 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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