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레나(2000)에 출연한 모니카벨루치.

‘마담 보바리(1991)’의 이자벨 위페르, ‘여왕 마고(1994)’의 이자벨아자니, ‘라빠르망(1996)’ ‘매트릭스(1999)’의 모니카 벨루치, ‘퐁네프의 연인들(1992)’의 쥴리엣 비노쉬… 이름만 들어도 지나간 청춘과 옛 배우들 모습이 떠올라 가슴 설렌다면, 혹시 당신은 5060? 그 시절 뭇 남성들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녀들의 근황을 볼 수 있는 넷플릭스 프랑스 코미디 드라마를 소개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니카 벨루치, 이자벨 아자니, 쥴리엣 비노쉬, 이자벨 위페르./인터넷 캡쳐

어느 나라든 영화 배우는 상전(上典), 스탭들은 종이다. 상대 배우가 나이 들어 함께하기 싫다고, 몸은 하나인데 촬영 현장 두 곳에 동시에 가고 싶다고, 그냥 지금은 기분이 안 나 영화를 못 찍겠다고. 배우들은 끊임없이 “내 에이전트한테 연락해(Call my agent)!”를 외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배우들을 자식처럼 보살피는 대가로 수수료 10%를 챙기는 에이전트들의 이야기. 프랑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다.

프랑스 영화 에이전시에서 20년간 에이전트로 일했던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반영했다. ‘초호화 캐스팅’과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국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건 잘못 달린 제목 때문이라 확신한다. 철 지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제목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드라마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프랑스 원제는 10%라는 뜻의 ‘Dix pour cent’, 영어 제목은 ‘Call my agent’다.

왼쪽부터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이자벨 아자니, 모니카 벨루치./넷플릭스

망가짐도 감수하고 자신을 과감하게 던지는 프랑스 명배우들의 투혼이 인상적이다. 칸 영화제에서 소변을 못참아 난리 부르스를 치는 쥴리엣 비노쉬, “너무 외로워서 어떤 남자든 만나겠다”고 안달이 난 자타공인 최고의 섹스심벌 모니카 벨루치, 자신은 71세지만 30대인 가스파르 울리엘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맡아야겠다고 우기는 시고니 위버… 그저 이런 대 스타들을 한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린다. 마지막 시즌에 출연한 시고니 위버는 드라마 최초로 등장한 헐리웃 배우다.

출연 약속을 번복한 배우들도 많다. 프랑스 최고의 스타이자 ‘원조 책받침 여신’ 소피 마르소도 그 중 한 명이다. 너무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거절된 여배우 역할이었다. 망가짐이 두려웠던 소피 마르소는 그 역할을 또 다른 프랑스의 명 배우 세실 드 프랑스에 넘겼다. ‘셸부르의 우산’으로 기억되는 우아함의 대명사 ‘카트린 드뇌브’, 인셉션의 ‘마리옹 꼬띠아르' 등 배우들도 수차례 출연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최근 프랑스 영화를 좀 봤다는 이들이라면 ‘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출연이 가장 반가울지 모른다. ‘수면의 과학' ‘님포매니악’ ‘안티 크라이스트’ 등 파격적인 영화에서 열연한 그녀. 제인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의 딸로 프랑스 최고의 셀러브리티다.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다운 모습으로 등장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시즌4에 목발을 짚고 출연한 샤를로트 갱스부르./Christophe BRACHET·넷플릭스

‘워라밸'과 여유의 상징인 프랑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에밀리 인 파리’의 프랑스 직장인들은 긴 점심시간 내내 와인을 마시고, “어차피 노동법 때문에 회사는 날 해고 못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봐”라며 놀고 먹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드라마 주인공들은 좀 다르다. 나 자신보다 일이 먼저다. 애인, 부모, 심지어 아기마저도 일 앞에선 뒷전이다. 배우가 원하면 언제고 뛰어나가 밤새도록 술을 마셔준다. 자기가 맡은 배우의 이름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갈 때 그 기분이 못 견디게 좋아서, 힘듦을 잊게 하는 순간의 뿌듯함 때문에. 에이전트들은 배우가 최고의 기회를 얻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림자처럼 돕는다.

돈에 집착하는 헐리웃 영화에 대한 반감도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이 ‘워라밸' 따지지 않고 일에 열중하는 건 돈이 아니라 예술과 영화에 대한 자부심 때문.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프랑스 영화에 대한 긍지가 묻어난다. 주인공 에이전트 중 한명이 회사까지 데리고 다니는 애완견의 이름마저도 프랑스 고전영화계의 전설, 장 가뱅(Jean Gavin)이다.

극중 영화를 촬영하며 파리의 낭만을 즐기는 이자벨 위페르./넷플릭스

실제 상황과 묘하게 엮인 장면들도 드라마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현실의 배우들이 등장해 본인의 실제 상황과 엮인 대사들을 선보인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드라마에서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져 깁스를 하고 세자르에 가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는데, 이 장면은 실제 세자르 시상식에서 촬영했다. 그자비에 보부아, 프랑수아 오종, 쿠엔틴 타란티노, 자크 오디아르 등 유명 영화감독들의 이름도 수시로 등장한다. 실제 프랑스 예술계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우스꽝스럽지만 우아하고, 평범한 멜로도 세련됐다. 정신 못 차리게 웃기진 않고, 피식 웃게 만든다. 기분 좋아지는 썰렁함은 덤이다. 드라마를 보기 전 와인 한 잔을 준비해도 좋겠다. 프랑스인들 답게 매 회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배우들이 파리의 길거리와 유명 관광지, 촬영지를 누비는 모습을 보다 보면 프랑스의 낭만적인 거리로 ‘랜선 여행'을 하는듯한 기분도 든다.

최선과 진심, 사랑과 신뢰를 이야기하면서도 신파적이거나 유치하지 않게 마음을 건드린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마지막 시즌엔 ‘레옹’의 그 아저씨, 장 르노가 출연한다. 레옹의 마지막 순간처럼 여전히 너무나도 멋지게!

드라마 마지막 회에 출연한 '레옹'의 장 르노./넷플릭스

개요 드라마 l 프랑스 l 시즌4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로튼토마토🍅 : 100%

IMDB⭐ : 8.3/10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 출연한 쥴리엣 비노쉬/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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