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기 등산마니아가 엄마·아빠와 함께 석모도를 걷는다.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김현재군의 미소에서 귀여움이 묻어난다./월간산

“잠에서 깨어난다! 마법의 힘으로 뾰로롱!”

안개 드리운 해명산을 깨우는 목소리. 아니 잠에서 덜 깬 4세 아기를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가 전득이고개에 울린다. “뾰로롱”하고 눈을 비비며 아기가 답한다. 석모도 여행의 주인공은 김연상·전미은·김현재 가족이다.

전미은씨는 등산하는 아기엄마로 SNS에서 유명하다. 엄마와 아기가 산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SNS에는 자극적인 사진도 많지만, 이들의 행보는 눈에 띈다.

정상에 올라 함박웃음 짓는 엄마와 아기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빠 김연상씨가 찍은 사진이라 더 자연스런 미소가 나올 수 있었다.

해발 110m의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 정상까지, 고도 210m를 높여야 한다. 2km 거리를 아기를 업고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부부의 얼굴은 여유롭다. 아기를 메는 데 최적화된 전용 캐리어에 아기가 앉고, 엄마 전미은씨가 익숙하게 캐리어를 멘다.

전득이고개는 옛날 전全씨가 섬에 먼저 자리 잡고 살아 이李씨보다 번성했다거나, 이씨보다 전씨가 먼저 이 고개를 발견했다 하여 유래한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 구름다리가 있어 해명산의 대표적인 산행 기점으로 통한다.

안개는 산길을 흐릿하게 바꿔 놓았으나, 비가 오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울거나 보채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김현재군은 너무도 익숙하게 캐리어를 타거나 걸으며 산행의 일원이 된다. 태어난 지 100일 때부터 산에 업고 다녔기에 짧은 코스 산행에 익숙하다.

전미은씨의 ‘등산 사랑’은 특별해 결혼 전 ‘BAC 100명산’을 모두 올랐으며, 출산 후 아기를 데리고 산행해 왔다. 아기의 안전을 고려해 산 높이가 낮고 등산객이 적은 산 위주로 다녔다. 초등학교 교사인 남편 김연상씨는 “교육적으로 보더라도 아이가 어릴 때 처음 간 곳에서 보는 다양한 풍경은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며 장점을 말한다.

안개 깔린 스산한 분위기의 숲길이, “여긴 어느 산이야”하는 현재의 해맑은 목소리에 밝아진다. 고도를 높일수록 교대로 아기를 업는 엄마·아빠가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현재군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져, “사진 찍는 아저씨는 누구야? 햇님은 오늘 어디 갔어?”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아기 사진은 처음 찍는다는 주민욱 사진기자는 “연출이 불가능하고 예측할 수 없으니 최대한 셔터를 많이 누르는 수밖에 없다”며 당황하는 눈치다.

몇 시간 계속 이어지는 산행 동안, 아기 현재는 한 번도 울거나 칭얼대지 않았다. 오히려 산을 놀이터마냥 즐기느라 바빴다./월간산

석모도 최고봉인 해명산海明山은 서해 낙조가 해명산 정상 아래 바위에 반사되어 서해를 더 밝게 한다 하여 이름이 유래한다. 서해로 지는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바위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해명산 산행은 산 전체를 통틀어 전득이고개에서 정상 구간이 가장 가파르고 어렵다.

완만한 곳에선 현재가 스스로 걷는다. 산행 덕분인지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력이 좋아서, 익숙하게 흙길을 걷는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보는 것만으로 피로가 사라진다. “현재는 산이 좋아?”하고 묻자 “산도 좋고, 키즈카페도 좋아”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정말로 산을 좋아해서인지 몇 시간 이어지는 산행이 지루할 법한데, 칭얼거리거나 불평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다. ‘산은 엄마 아빠와 함께 노는 즐거운 장소’라는 인식이 생긴 듯했다.

해명산 산행의 명소인, 정상 직전 슬랩 구간을 오르는 전미은씨. 그녀는 결혼 전 100명산을 다 오른, 등산마니아다./월간산

해명산의 명소인 통바위 슬랩의 출연이다. 부부는 무척 익숙하게 바윗길을 오른다. 속도만 더딜 뿐 안정적이다. 드디어 도착한 정상, 땀을 흠뻑 쏟은 부부의 얼굴엔 안도감이, 아기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정상에서 성취감을 만끽하며 가족사진을 찍는다. 가족이 똘똘 뭉쳐 함께 해냈다는 순수한 행복으로 넘치는 순간이다.

◇아기와 함께 오른 해명산 정상

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모처럼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한다. 구름이 짙어 경치는 없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산행은 풋풋함으로 꽉 찬 느낌이다. 몇 시간 사이에 얼굴이 익어서인지 현재가 사진기자를 “사진 국짱님~~”하며 잘 따른다. 주민욱 기자는 ‘사진 국장’으로 진급하기는 처음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셔터를 누른다.

산행 전 아기의 안전부터, 안개 낀 날씨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모든 게 걱정스러웠으나, 현재의 달덩이 같은 미소처럼 모든 것이 잘 풀렸다. 아기 이름의 뜻을 묻자 아빠는 “지금 현재를 잘 살라는 의미”라고 일러준다.

석모도는 해명산(320m), 낙가산(235m), 상봉산(316m)이 일자로 길게 이어져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하는데, 섬 주민들은 “예부터 삼산三山 산다고 하지, 석모도 산다고 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이 3개 산이라는 것. 그러나 섬 북쪽에 상주산(264m)이라는 바위산이 있는데, 이것은 간척으로 금음도가 석모도에 편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대동여지도에 석모로도席毛老島와 금음도今音島가 표시되어 있다. 지금의 섬 이름은 ‘돌이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의 ‘돌모로’를 한자화하면서 나왔다고 한다.

보통은 해명산과 낙가산을 잇는 코스를 돌고, 체력이 자신 있는 사람들은 상봉산까지 종주 산행을 한다. 우리는 안전을 고려해 전득이고개로 되돌아간다. 올라올 때보다 더 주의해서 하산한다. 이제야 날씨는 조금씩 개어 가는데, 모기가 기승이다.

순둥이 현재는 모기에 물리는 것도 아랑곳 않고 “도토리 갖고 싶어”라며 팔을 뻗는다. 미은씨는 “도토리를 뜯으면 나무가 아프잖아, 땅에 떨어진 걸 줍자”고 이야기한다.

전득이고개의 구름다리가 보인다. 4세 아기와 함께하는 가족산행이 끝난 것. 보람된 성취감이 어른들끼리 하는 산행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귀여움으로 꽉 찬 당일산행을 끝낸다. 예약해 놓은 숙소에서 여름 산행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 다시 만났다.

전득이고개의 구름다리를 걷는 김연상·전미은·김현재 가족./월간산

“다리에 힘 생겨라! 뾰로롱!”하는 모자의 소곤거림과 함께 석모도를 걷는다. 어제보다 화창한 날씨지만 뙤약볕이 강렬하게 달려든다. 석모도 동쪽 해안선과 보문사를 잇는 ‘강화 나들길 11코스’ 바람길을 걷는다.

석모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가장 붐비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고요함으로 가득찬 석포리선착장에서 걸을 채비를 한다. 오가는 배는 없지만 나룻부리항 시장으로 바뀌어 손님을 맞고 있다.

◇석모도에 번지는 귀여운 목소리 “꾹짱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바다로 흘러든다.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이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간다. 둑방처럼 뻗은 해안선엔 억새가 손을 흔들고, 지평선 끝까지 닿을 기세로 바람길이 뻗어 있다. 갯벌이 사막처럼 드리운 곳에 조금씩 붉게 물들어가는 칠면초가 무성하다. 가을이 되면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사진 명소로 인기를 끌게 분명하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이지만 아빠 어깨에 올라탄 현재는 싱글벙글이다. 김연상씨는 “캐리어에 아이를 업는 것보다 목마를 태우는 게 더 편하다”며 즐겨 이렇게 걷는다. 산행으로 다져진 가족은 체력과 웃음이 지치지도 않고 솟아나온다. 이틀 동안 촬영에 익숙해진 아기는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멀리서 “꾹짱님~”하고 소리치며 뛰어온다.

석모도 바람길을 걷는 현재네 가족. 가을이 되면 해안선 일대가 칠면초의 분홍빛으로 진하게 물든다./월간산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해안길을 모두 걷기는 무리라, 일부 생략하고 석모도의 명소인 보문사로 향한다. 천년고찰 보문사는 눈썹바위에 음각된 관세음보살이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손꼽힌다.

불자는 아니지만 경치도 볼 겸, 소원도 빌겸, 418개 계단을 오른다. 눈썹바위는 낙가산 정상 아래에 있어, 낙가산을 못 간 아쉬움도 풀 겸 아기를 업고 부부가 오른다.

10분을 올라서자 단순명료한 선으로 남은 바다와 천장을 이룬 거대한 눈썹바위가 드러난다. 낙가산 이름도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산이라 하여 불교에서 유래한다.

염주를 쥐고 절하던 할머니가 “아이구! 네 살짜리 아기가 여길 올라왔어. 큰 사람 되겠다”고 칭찬한다. 부끄러운지 아기가 엄마 품에 쏙 안기고, 어디선가 환한 바람이 불어온다. 눈썹바위의 관세음보살이 희미하게 웃는 것만 같다.

서해안 3대 낙조 명소이자, 3대 해상 관음도량으로 꼽히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그 앞으로 서해 바다가 펼쳐진다./월간산

◇석모도 가이드

섬 최고봉인 해명산(320m)이 BAC 인증지점이다. 대표적인 산행 기점인 전득이고개에는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이 있어 편하다. 삼산면의 3개 산인 해명산~낙가산~상봉산을 잇는 종주산행은 9km이며, 날머리인 한가라지 고개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낙가산까지 간 후 보문사로 하산하는 6km 코스가 가장 인기 있으며 4시간 정도 걸린다.

낙가산은 완만한 암릉지대라 봉우리다운 맛은 약하지만 트여 있어 경치가 가장 빼어나다.

상봉산 정상은 봉우리다운 맛이 있고, 서쪽으로 트여 있어 산행의 재미가 있다. 해명산은 석모도 최고봉으로 전득이고개에서 오르는 길에 바다 전망대를 여럿 지난다.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 정상까지 2km이며 해발 210m를 높여야 한다. 종주할 경우 해명산 정상 이후로는 비교적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교통

석모도는 택시가 드물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다만 버스 이용 시 전득이고개 입구에서 하차해 800m를 도로 따라 걸어서 올라야 전득이고개에 닿는다. 강화도 강화터미널에서 1일 10회 운행하는 31B를 타면 전득이고개 입구에 닿는다. 31B는 동쪽 해안선을 따라 보문사에서 회차해 강화터미널로 나간다. 한가라지고개에서는 1일 10회 운행하는 31B를 타면 강화터미널로 간다. 석모도 개인택시 032-258-8500.

맛집 : BAC 플러스 가이드 기사 참조

BAC 인증지점 : 해명산 정상 표지목 N37 40.514, E126 21.264

등산 지도: 특별부록지도 참조

※ 더 많은 기사는 월간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