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 대회에 처음 나간다면, 나는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좀 쫄기를 바란다.

100km 부문 참가자들이 산길을 달리고 있다. 이들은 새벽 2시에 장평초등학교를 출발했다./월간산

산에서 달리기를 하는 건 따지고 보면 낭비다. 산길은 달리기를 하라고 만들어진 길이 아니다. 그러니 여기서 일부러 뛴다는 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며 믿을 수 없는 행위이자 불가사의한 사건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거제100K 트레일러닝 대회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다. 나는 이 사진의 진실을 알고 있다. 카메라맨이 보이기 전까지 사람들의 얼굴은 거의 죽을 상이다. 그러다가 커다란 렌즈가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사람들은 눈을 깜빡 하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자신의 온 에너지를 얼굴로 끌어 모아 입을 활짝 벌린다. “찰칵!” 소리가 난 다음 다시 정색한 채 오르막을 간다. 와우,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일러닝 세계(그렇게 힘들면서 대체 왜 산에서 달리는 거야?)!

거제100K 50km 경주에 참가했다. 온갖 부조리함이 응축된 세상에서 달리기를 한 기분이다. 나는 여기에 기억을 되살려 트레일러닝 대회에 선수로 참여하는 것이 100% 재미있는 일은 아니라고 말할 참이다. 그러니 대회에 다녀온 누군가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떠들어도 부러워하지 말기를. 그들은 힘들었던 기억을 모두 내다 버린 게 분명하니까. 올해 첫 트레일러닝 대회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좀 쫄기를 바란다. 기대가 크면 실망할 확률이 높으니까.

◇가끔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서 확인해 봐야 한다

거제100K는 어떤 대회인가? 2013년 6월 처음 열렸고, 올해로 10년 차다. 1회 때 참가자 수는 50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무려 700여 명이 몰렸다. 10년 만에 14배 정도 성장한 셈이다. 지금 거제 100K는 비중 있는 대회로 인정받는다. 이유 중 하나가 난이도가 ‘쎄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이 대회의 누적상승고도(50km 기준)는 대략 3,000m대였다. 이 고도는 지리산 화엄사에서 노고단에 한 번 올라갔다가 다시 화엄사로 내려간 다음 또 노고단까지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물론 걸어서!). 더 실감나게 비유하자면, 서울 잠실 롯데타워(124층)를 6회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것과 같다. 올해는 2,600m대로 낮아졌다. 코스가 매년 바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제 100K는 어렵기로 악명 높다. 국내 타 대회보다 참가자 수가 비교적 적은 이유다. 그 무시무시한 곳에 나는 왜 굳이 돈을 내고 갔을까? 오기였다. “저쪽으론 가지 마세요! 위험하니까.” 누군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은 저쪽으로 가지 않는다. 몇몇은 무시하고 간다. 무시하고 가는 사람들 중 하나가 나다. 무시하고 가는 사람들 중 진탕 깨지고 난 다음, “저쪽으론 가지마. 위험하니까!”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무리에 내가 섞여 있다. 경험을 해봐야 알지. 가끔은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서 먹어봐야 할 때가 있는 거다.

대회 전날 차를 타고 내려가는 데 덤덤했다. 내 목표는 달리는 도중 쥐가 나지 않고, 컷 오프CutOff(제한 시간에 걸리는 것) 당하지 않고, 12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이었다. 같이 간 일행은 두근거린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쉬지 않고 달려 입상하는 것. 얼마나 떨리고 불안했을까? 그는 머릿속으로 계속 자신을 쫓아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표정이 진지했다. 나는 그에게 “형,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달리세요” 말했다. 그는 “풉” 웃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숙소 근처 장평초등학교에 가서 선수 등록도 했다. 여전히 덤덤했다. 드문드문 사람이 모였다. 숙소에서 밥을 먹고 나오자 사람이 더 많았다. 운동장이 가득 찼다. 50km와 23km 부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었다. 저들은 지난 석 달을 나처럼 달리기에 집중했던 사람들이다. 그동안 내 주변엔 저런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뛰쳐나온 걸까? 그들은 누가 “출발”이라고 조그맣게 외쳐도 바로 “팍”하고 튀어나갈 것처럼 다리를 동동 굴렀다. 형형색색의 옷과 장비들, 모두 기분 좋아 보였다.

“출발!” 오전 8시 정각에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출발점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대표 선수들이 제일 먼저 뛰어나갔다. 뒤를 따르는 무리들 역시 그대로 쫓아갔다. 속도가 빨랐다. 5분 30초 페이스! 뭣 때문에 이렇게 빨리 뛰지? 한참 가야 하는데? 의아했다. 전날 일행이 들려준 얘기가 떠올랐다. “처음엔 다 빨리 뛰어도 결국 오르막에서 다 만나.” 이 말을 믿고 나는 속도를 줄였다. 6분 30초 페이스. 사람들이 줄줄이 좁다란 길을 달려나갔다. 우리는 마치 수도꼭지에서 방금 틀어져 나온 수돗물처럼 졸졸졸 산길로 흘러 들었다. 사람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나를 앞지르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대로 보내줬다. 잠시 후 오르막에서 만날 걸 기약하면서.

◇미친 사람’ 정도가 되면 괜찮구나!

거제대로 밑을 지나자 가파른 임도가 나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걸었다. 나는 달리고 싶었는데 참았다. 허벅지에 쥐가 나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아는 사람이 내 옆을 지나갔다. 인사말을 생각했다. ‘어,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힘을 아끼고 있어요. 속도가 빠르군요. 얼른 먼저 가세요. 저는 안 기다려도 됩니다.’ 쓸데 없는 얘기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아는 사람은 나를 지나쳐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나왔다. 사람들은 다시 뛰었다. 나도 덩달아 속도를 냈다.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몇 시간 안에 경기를 마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했다. 10시간? 잘하면 9시간! 힘이 났다. 하지만 곧 임도가 끝나고 산길이 나왔다. 길이 가팔랐다. 예상 골인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이 내 앞을 막고 천천히 가는 바람에 더 지체됐다. 계산하는 걸 그만뒀다. 힘이 펄펄 넘쳤다.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답답할 정도로. 하지만 그들을 앞지르진 않았다. 왜냐하면 ‘쥐’는 예고 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 허벅지야, 이 정도면 괜찮지? 그래, 그래. 천천히 가자.’ 이런 식으로 다리를 어르고 달랬다.

안개 속을 달리는 김지섭. 50km 코스를 5시간 17분 25초 만에 완주했다. 오르막에서도 굉장히 빠르게 달렸다는 뜻이다. 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그 속도를 증명한다. /월간산

8.9km 지점, CP1에 도착했다. 초코파이, 방울토마토, 바나나, 콜라, 파워에이드. 먹을 게 쌓여 있었다. 참가비 13만 원어치 간식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빈 물통에 물만 채우고 재빨리 이동했는데, 나는 오래 머무르면서 쉬었다. 그러면서 계속 허벅지를 문질렀다. 나는 그동안 트레일러닝 대회에 여러 차례 참가했다. 매번 달리다가 쥐가 났다. 친구들은 나보다 늘 두세 시간 앞섰고, 결승점에 도착하면 대회가 끝났거나 친구들은 기다리다가 지쳐 집에 갔다. 그래서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면 나는 항상 외로웠다. 대회가 끝나도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대회 어땠어?” 누가 물어보면 “다리에 쥐가 나서”라고 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것이 오기가 발동한 원인인지도 몰랐다. 대회 때 다리에 쥐만 나지 않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았다. 다리에 쥐가 나는 원인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연구했다. 인터넷에서 수없이 많은 자료를 뒤졌고, 대체로 근육의 염분 혹은 전해질이 빠져나간 탓이라고 설명했다. 당연히 선수들에게도 물어봤다. 그들도 달리다가 종종 다리에 쥐가 나는데, 그때마다 마그네슘 성분이 들어간 알약을 먹거나 ‘크램픽스’라는 에너지젤을 먹거나 아니면 참고 달린다고 했다.

나도 그들을 따라 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쥐가 나도 참고 달리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결국 ‘훈련 부족’이라고 결론 냈다. 내가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경험자들 대다수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 “음, 산에 많이 다녔다면 괜찮을 거예요. 50km는 10시간 정도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은 내가 일주일에 4일 정도 산에 간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산에서 사는 ‘자연인’이라고 착각했거나. 하여간 그 말은 내가 훈련을 마구 빼먹게 했다. 왜냐하면 나는 보통사람보다는 산에 많이 가는 편이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 나 자신을 속였다.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얘기했다면, 나는 내가 바보였다는 걸 더 일찍 깨달았을 거다. “트레일러닝 진짜 장난 아니에요. 훈련 제대로 해야 돼요. 한 달에 200km는 무조건 달리세요!” 제대로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몇 년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경 좀 썼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훈련하려고 회사 회식 자리에서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150km, 석 달 동안 400km남짓 달렸다. 주변에선 나를 ‘지독한 사람’ 혹은 ‘달리기에 미친 사람’ 취급했다.

CP1을 지나 오르막을 가는 중, 다리는 멀쩡했다(이전에는 10km가 지나면 어김없이 쥐가 났다). 그래도 조심했다. 특히 내리막에서. 이전에 내리막을 쌩쌩 달리는 선수들을 따라 했다가 쥐가 나서 남은 거리를 모두 걸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한 외국 선수가 왜 경기를 포기하냐고 나를 다그쳤는데, 나는 영어로 대답했다. “My leg is broken!” 마이 브로큰 레그! 중얼대면서 살금살금 내려갔다. 8.3km만 가면 CP2가 나온다는 것, 앞으로 3개의 CP만 지나면 경기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됐다. 이 사실을 허벅지에게도 전했다. “탁, 탁! 얼마 안 남았어, 힘내.”

선자산(519m)을 넘어 CP2를 지나 바닥(일반 도로)까지 내려왔을 때 나는 다시 500m 고도를 올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로 구간에서는 달렸다. 도로에서 걷는 두 사람을 제쳤다. ‘햇빛이 왜 이렇게 뜨거워?’ ‘3km를 빠르게 통과했으니까, CP3까진 좀 일찍 도착하겠구나.’ ‘리본(길을 표시하는)이 어딨지?’ 이런 생각들만 반복해서 했다. 산길로 갈아타고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리듬을 타면서 걸었다. 호흡도 거기에 맞췄다. “후, 하, 후, 하.”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팀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을 보란 듯이 앞질렀다. 그리고 그들과 차이를 벌리기 위해 상당히 빠른 걸음으로 경사로를 탔다.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임도에서 나는 달리지 않았다. 다만 다리에 체인이 걸린 것처럼 끊임없이 움직였다. “후, 하, 후, 하.” 임도에서 산으로 올라갔다.

어떤 여자가 자신은 포기하겠다면서 주저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를 그냥 지나쳤다. 경사가 세졌다. 속도가 느려졌다. 뒤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내가 앞지른,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팀이었다. 여자들이었다. 그들에게 따라잡히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얼마 뒤 나는 그들에게 따라잡혔다. ‘그래, 잘 가라.’ 속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느리게 걸었다. 산 정상에 섰다. 조망은 없었다. 조망이 있었어도 감상할 기분이 아니었다. 내리막을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다.

◇머리가 지끈지끈한 오르막

50km 부문에 참가한 한 선수가 지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30km쯤 가면 다리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걷는 것뿐이다./월간산

고갯길이 나왔다. 건너편에 북병산(472m)으로 통하는 산길이 있었지만 리본이 보이지 않았다. 고갯길 아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머뭇대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 중 하나가 나를 스치면서 중얼거렸다. “아, 알바했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됐다. “후, 하, 후, 하.” 숨을 급하게 내쉬어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머릿속으로 듀스DEUX의 노래 가사를 무한 반복 재생했다. 도움이 됐다. 오르막 중간에 서서 쉬는 한 남자를 봤는데, 눈빛이 슬퍼 보였다. 뭐라 위로할 처지가 아니었다. 어떤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될까? 오르막에서 뛰어도 끄떡없는 약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게 있다면 내가 먼저 들이켜야 했다. 북병산 정상에 섰다. 전망이 훌륭했다. 바다가 보였다. 바람이 시원했다. 바람이 파워에이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나를

CP3까지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반칙이잖아? 뭔가가 속삭였다. 순간 전부 다 쓸모 없고, 오직 걷는 것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비척비척 일어나서 산길을 내려갔다. 심원사를 지나서 CP3에 도착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릎이 멀쩡한 게 신기했다. CP3에서 국밥을 두 그릇 먹고 파워에이드와 콜라를 짬뽕해서 마시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오래 쉬었다가 CP4로 향했다. “CP4까지 얼마나 남았죠?” 스태프에게 물었지만 ‘모른다’고 했다. 힘이 빠졌다.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하는 임도 오르막이 또 시작됐다. 뒷짐을 졌다. “후, 하, 후, 하.” 지겨웠다. 지겹고 지겹고 또 지겨웠다. 너무 지겨워서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앞에 머리가 다 빠진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허리를 구부리고 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힘을 내서 입을 벌려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쥐가 났는데, 배배 꼬면서 가면 됩니다!” 다리를 꼬면서 간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기껏 맞춰 놓은 리듬을 깰 가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냥 걸었다.

도중에 시계가 꺼졌다. CP4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절망적이었다. 굉장히 슬펐지만 슬퍼할 여유가 없었다. 계속 걷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걷다가 뛰다가 쉬었다가를 반복했다. 앞에 거대한 산이 나타났다. 저길 올라가야 하는 건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는데 길은 그 봉우리 꼭대기까지 이어졌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넘어서 숨이 턱턱 막혔다. 다리는 쥐가 날 힘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시동이 꺼지기 직전의 94년형 갤로퍼처럼 덜덜거렸다.

국사봉(465m)에 올랐다. 길 옆에 정상석이 안개에 싸여 있었다. 흘끗 돌아본 다음 그대로 내려갔다. 국사봉 정상석과 인증샷을 찍는 게 좋지 않을까? 그딴 것 필요 없어! 머릿속에서 어떤 무리가 싸웠지만 무시했다. ‘지지직’ 허벅지 뒷근육이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시하고 걸었다. 햇살이 나뭇가시 사이로 비쳐 들었다. 아름다웠지만 무시했다.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든 무조건 무시했다. 얼마 뒤 CP4가 나왔다.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허겁지겁 껍데기를 벗기고 입으로 집어 넣었다. 초코파이도 넣고 바나나도 넣고 방울토마토도 넣었다.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을까요?” 스태프에게 물었다. “이제 없어요. 10km쯤 남았어요. 길 좋아요!” 스태프가 대답했다. 갑자기 힘이 났다. 슬픔이 가셨다. 나는 달렸다. 이제까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에서 내려와 거제시를 가로질렀다. 나보다 앞섰던 두 사람을 제쳤다. 다리는 멀쩡했다. 골인 지점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간 1분 27초. 정말 기뻤다. (곽영식, 송영아, 장홍선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거제 100K 길을 표시하는 리본./월간산

◇2022 거제 100K 50부문 정보

총 거리 51.7km, 누적고도 2,698m

올해 거제 100K 경기는 100km, 50km, 23km 세 종목으로 나눠서 열렸다. 이번 책에 실린 참가기와 지도는 50km 코스를 기준으로 했다. 코스의 길이와 누적고도는 매년 바뀐다. 이번 50km 경기의 총 거리는 51.7km, 누적고도는 2,698m에 이른다. 서울의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연결한 코스)은 총 길이 약 42km, 누적고도 3,800~4000m 정도 되니, 이것과 난이도를 비교했을 때 살짝 쉽다고 해도 된다. 코스는 거제지맥 전체를 지나는 게 아니다. 올해 50km 코스는 선자산, 북병산, 국사봉 등의 봉우리를 거쳤다. 로드 구간(CP2~CP3로 가는 구간, CP4~골인지점)이 많았고 그래서 선수들의 기록은 작년에 비해 빨라진 편이다. 경기 중 길 찾기는 사무국에서 만든 리본을 통해 확인했다. 경기가 끝나면 리본을 모두 철거하는데, 따라서 대회 종료 후 같은 코스를 그대로 찾아가는 건 어려울 수 있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처음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일반 마라톤 대회와 가장 큰 차이점은 트레일러닝 대회 때 경기 중 멈춰서 쉬거나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라톤 대회 때도 달리는 도중 멈추거나 걸을 수 있지만, 누구도 쉽게 그러지 않는다. 따라서 부담 없이 걷거나 쉴 수 있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맛을 들이면 일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정보

CP(Check Point)의 엄청난 간식 일반 마라톤 대회에선 ‘보급소’라고 불리는데, 트레일러닝 경기에선 ‘CP’라고 부른다. 여기서 장비를 점검하고, 선수의 기록을 체크한다. 물론 각종 간식을 섭취할 수 있다. 보통 대회 주최 측에서 먹을거리를 마련한다. 콜라, 이온음료 등의 음료는 기본이고 바나나, 방울토마토 등의 과일과 빵, 라면, 국밥 같은 식당 수준의 음식이 차려진 곳도 있다. CP는 보통 10km마다 나타난다. 긴 거리를 CP 기준으로 나누면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각 CP마다 정해진 컷 오프CutOff 시간이 있다. 이를 초과하면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없고 자동 탈락된다.

◇꼭 갖춰야 할 필수 장비

50km 이상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려면 필수로 지참해야 하는 장비들이 있다. 대회장에서 선수로 등록할 때 장비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기본으로 갖춰야 할 장비들은 레이스 백팩(배낭), 물통(최소 1리터 이상), 휴대폰(여유 배터리 포함), 응급처치키트, 헤드 랜턴, 행동식, 개인 컵, 방수 재킷 등이다. 코스 거리가 50km 이상일 경우 트레일러닝화, 서바이벌 블랭킷 등을 추가로 챙겨야 할 수도 있다.

거제 100K 50km부문 고도표./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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