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48) 주교 임명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임명자 사임 청원’을 교황청에 제출해 수락됐다고 13일 서울대교구가 밝혔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주교 임명자가 서품 전에 사임한 경우는 처음이다. 최 주교 임명자의 사임에 따라 내년 서울대교구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청년대회(WYD)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청년 수십만 명이 참석하는 행사로 관례적으로 교황이 참석해왔다. 레오 14세 교황의 취임 후 첫 방한이 예상되고 있다.
최 주교 임명자는 지난해 7월 8일 레오 14세 교황에 의해 서울대교구 신임 보좌주교로 임명돼 한 달여 뒤인 8월 28일 주교 서품식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서품식 열흘 전인 작년 8월 18일 서울대교구는 “최 주교의 서품식이 건강상 이유로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서품식 연기 결정을 알리며 “이번 결정은 최 주교의 건강상 이유로, 임명자의 충분한 회복과 안정을 위해 심사숙고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당시 서울대교구는 “연기된 서품식 날짜 등 추후 일정은 다시 안내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결국 서품은 실현되지 않았다.
최 주교 임명자는 1977년 서울 출생으로 가톨릭대 신학대를 졸업하고 2004년 사제품을 받았다. 2008~2012년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 유학해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3년부터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2024년 9월부터는 대변인을 겸직하던 중 주교 임명을 받았다. 임명 당시 만 47세로 한국 천주교 주교단 24명 중 가장 젊었다.
서울대교구는 2027년 여름 세계청년대회를 유치한 상태로 최 임명자는 임명 직전인 작년 7월 말~8월 초 염수정 추기경, 이경상 보좌주교 그리고 1000여 명의 서울대교구 순례단과 함께 바티칸에서 열린 ‘2025 젊은이의 희년’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따라 세계청년대회에서 그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명 직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서품식을 연기해야 했으며 결국 ‘임명 사임 청원’을 교황청에 제출했고 교황청도 사임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날 정순택 대주교는 교구 구성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 주교 임명자는 자율 신경계의 지속적인 문제와 극심한 수면 장애 등 여러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청원하게 됐다”며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교구장인 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기도와 묵상, 신중한 숙고의 과정의 거쳤다”고 밝혔다. 또 “이제 최광희 신부님을 사제단의 한 일원으로 다시금 기쁘게 환영해 주시고, 사랑으로 함께해주시기를 여러 신부님께 당부드린다”며 “교우 여러분께서도 최 신부님께서 건강을 하루빨리 회복하시고 기쁘게 사목생활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