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기독교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폭력성이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 살리는 메시지, 인간 사랑을 담은 영화를 계획했습니다. 거친 영화에 지친 관객들이 호응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의 한 영화관에서 만난 영화 ‘신의 악단’ 김형협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신의 악단’은 새해 들어 조용히 115만(12일 현재)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영화는 “교회를 짓고 찬양대를 만들어 부흥회를 열면 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서방 비정부기구(NGO)의 제안에 북한 당국이 가짜 찬양대를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소동과 그 가운데 진짜 신앙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0년대 북한이 평양에 칠골교회를 짓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초청해 집회를 열었던 이야기에 픽션을 붙였다. ‘7번방의 선물’ 각본을 맡았던 고(故) 김황성 작가의 시나리오 초안을 바탕으로 했다. 특히 ‘예수쟁이’를 때려잡던 보위부 간부들(박시후·정진운)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 곳곳에 ‘광야를 지나며’ ‘주 예수 나의 산 소망’ ‘웨이 메이커(Way Maker)’ ‘은혜’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등 찬송가와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 배치돼 뮤지컬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혁명적으로 하라우!”라는 호통에 악단이 잔잔한 CCM을 북한식 행진곡풍으로 부르는 등 코믹 요소도 가미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의 시작은 미약했다. 당시 ‘아바타3’과 ‘주토피아2’ 등 대작이 버틴 불리한 상황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5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관객이 늘기 시작해 상영관도 늘어났고 50만명을 넘어선 이후 100만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가더니 2월 1일 일요일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개신교 신자들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고, 교인이 아닌 관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2~3번 봤다”는 사람도 많다. 별도 상영관에서 열리는 ‘싱어롱 상영회’는 티켓 오픈 직후 매진될 정도. 지난 11일 오전엔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와 교인 400여 명이 ‘150만 돌파 기원 관람회’를 갖기도 했다. 사랑의교회는 영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인연도 있다. 김 감독은 “개봉 3주차부터 무대 인사의 호응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보면서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을 실감했다”며 “목사님들이 ‘도전을 받았다’며 설교에서 영화 이야기를 해주셔서 관객이 더 늘었다”고 했다.
영화는 2024년 2월 중순부터 1개월 반가량 몽골에서 촬영했다. 영하 30~40도를 오르내리는 경험하지 못한 추위 속에서 강행군하면서 배우들이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고생스러웠지만 1개월 반 동안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면서 배우와 스태프들도 변화했다고 한다. ‘무늬만 크리스천’이었던 배우가 신실한 신앙을 갖게 되고, 교인이 아닌 배우도 성경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탈북민 유튜버는 “목숨을 걸지 않아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영화”라는 관람평을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탈북민 출신 백경윤 작가가 각색에 참여해 북한말 사투리를 지도하는 동시에 세밀한 부분까지 안내해 탈북민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극장에서 관객을 뵐 때마다 기적을 선물해 주신다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