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새에덴교회 제공

목회자이자 등단 시인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자신의 체험을 살린 시 창작론 ‘영혼을 담은 시 쓰기’(샘터)를 펴냈다.

소 목사는 1988년 서울 가락동 상가 지하에서 교회를 개척해 현재 등록 신자 5만명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목회자. 1995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해 2004년 첫 시집 ‘어젯밤 꿈을 꾸었습니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시집 13권을 펴냈으며 윤동주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다.

‘영혼을 담은 시 쓰기’는 시 창작론이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녹여 넣은 에세이처럼 읽힌다.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나 자란 소 목사는 시나 문학을 따로 공부하지도 않았다.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들었던 옛날이야기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웠고, 마을에 상(喪)이 있을 때마다 들었던 만가(輓歌)의 가락과 가사는 어린 그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시심(詩心)을 심어주었다.

소강석 목사의 신간 '영혼을 담은 시 쓰기' 표지./샘터

그는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다. 하나님과 인간, 자연을 향한 사랑이 있을 때 시가 솟아난다. 그러므로 시는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순수한 문학적 감성만으로 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의 기원’ ‘시의 어원’ ‘시의 본성, 그리움과 사랑’ ‘시의 정의’ 등으로 장(章)을 나눠 설명한다. 어렵지는 않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시를 썼는지 설명하기 때문이다.

가령 ‘시의 동력, 애절함과 간절함’ 장에선 ‘시를 쓴다는 것은’이란 자작시를 소개한다.

‘수술실에서 나와 눈을 떴을 때/세상의 모든 풍경이 달라졌다/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도/아침 창가의 햇살과/오후의 산들바람과/저녁의 별빛도 전혀…/살아 있기에/상처받고 아프고 흔들리고/심장이 뛰고 있기에/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며/눈을 뜰 수 있기에/바라보고 느끼고 기록한다는 것을/시를 쓰는 지금 이 순간도/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기적이라는 것을’

이 시는 두 번째 성대결절 수술을 마치고 썼다고 한다.

‘시의 생명-창의성’이란 장에서는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를 소개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쓴 작품이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을 이렇게 시로 표현한 것. 그는 당시 매란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코로나 시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한때 매우 존경했고, 그래서 어떤 사연 때문에 원망이 더욱 커지기도 했던 한 목회자의 장례를 성심껏 치른 후 쓴 ‘내 마음 강물 되어’라는 시도 있다. 시 구절 중 ‘미움도 원망도 슬픔도 고통도 고일 길이 없어서 흐르고 흘러가고 있습니다/멈추고 붙잡는 것이 속절없는 것을/흘러야 행복인 줄 알기에 끊임없이 흘러갑니다’라는 부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 밖에도 찜질방에서 만난 어떤 모자(母子), 이슬비 내리는 날 교회 인근 산을 오르는 마음까지 구체적 작품을 놓고 설명한다.

그는 서문에서 “‘영혼을 담은 시 쓰기’는 내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써 내려간 시의 이력서요, 자소서(자기소개서) 같은 책”이라며 “어떻게 시를 쓸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21일 오후 7시 새에덴교회에서는 출판 기념 북 콘서트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