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장 스님. '나는 절로' 프로그램으로 큰 관심을 모은 그는 최근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를 펴냈다. /김한수 기자

“‘나는 절로’ 프로그램이 2023년 말부터 회를 거듭하면서 9월에 열리는 ‘신흥사’ 편에는 24명 모집에 2620명이 신청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수행자로서 저출산 같은 세상의 어려움을 보듬는 것도 자비의 실천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근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불광출판사)를 펴낸 묘장 스님은 1일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2년 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를 맡아 기존의 ‘만남 템플스테이’ 명칭과 형식을 바꾼 ‘나는 절로’ 프로그램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책은 ‘나는 절로’에 얽힌 이야기와 불교의 인연 이야기 등 평소 묘장 스님이 생각해온 인연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읽어보면 대박 비결은 수요자의 관심에 맞춘 ‘내려놓음’이었다. ‘사찰에서의 만남’이란 기본 틀 외에는 엄숙함, 경건함 대신 청춘 남녀가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명칭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건 ‘나는 솔로’가 아니라 ‘나는 절로’이네?”라는 댓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교육 시간’은 대폭 줄였고, 본명이나 법명이 아니라 연예인 이름 같은 가명을 쓰도록 했고, 수련복으로 갈아입기 전 사복 차림으로 매력을 뽐내는 시간을 늘렸다. 예능 프로그램도 벤치마킹했고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도 대폭 수용했다. 사찰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부터 게임을 통해 여러 번 자리를 바꿔 앉으며 상대를 알아갈 시간을 마련했다. “여행의 설렘과 사랑의 설렘을 연결시킨 ‘최고의 한 수’였다”는 게 묘장 스님의 자평. 프로그램이 열리는 사찰 주지 스님들은 맺어진 커플에 ‘금일봉’을 주며 응원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매회마다 커플이 탄생했고, 곧 결혼을 앞둔 커플도 3쌍이다. 스님은 “잔소리하지 않고, ‘잘되라’고 하지 않으니 더 잘되더라”고 했다.

2025년 4월 하동 쌍계사에서 열린 '나는 절로' 프로그램 참가자와 함께한 묘장 스님(앞줄 왼쪽). 쌍계사 편에는 24명 모집에 1332명이 신청했으며 9커플이 탄생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묘장 스님은 원래 국제구호 전문가다. 2008년 은사인 직지사 법등 스님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설립한 국제구호단체 ‘더 프라미스’가 그의 본업이다. 이 단체는 아이티 대지진, 네팔 대지진,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등 국내외 재난 현장에 즉시 출동해 구호 활동을 펼친 공로로 지난 2023년 만해실천대상을 받았다.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돕던 스님의 인연은 2023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를 맡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 재단이 10여 년 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펼쳐오던 ‘만남 템플스테이’를 바꾼 것이 ‘나는 절로’다. 스님은 “저출산 문제도 일종의 재난”이라며 웃었다.

묘장 스님의 저서 '인연 아닌 사람은 있어도 인연 없는 사람은 없다' 표지. /불광출판사

묘장 스님은 최근 조계종 인사에서 총무원 기획실장을 맡아 ‘나는 절로’ 실무에선 떠나게 됐다. 조계종 종단 행정에 관해 전반적인 기획 업무를 맡고 대변인을 겸하는 자리. 이 또한 인연이다. 그는 “최근 불교 박람회에서 젊은이들이 몰리는 등 불교가 ‘핫’ 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굿즈(문화상품) 개발을 비롯해 불교가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