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수행 철학은 남을 배려하는 게 바로 수행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머무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38년째 수행하고 봉사하는 청전(72) 스님이 ‘그림자 속의 향기’(담앤북스)를 펴냈다. 교사와 가톨릭 사제를 꿈꾸다 송광사로 출가한 그는 1987년 인도로 훌쩍 떠나 달라이 라마와 마더 테레사를 만난 후 그곳에 눌러앉았다. 2018년 말 강원도 영월에 거처를 마련했지만 지금도 여름과 겨울엔 인도 북부 라다크와 다람살라를 오가며 지내고 있다. 특히 여름에 눈[雪]이 녹아 길이 열리면 ‘산타 스님’이 돼 온갖 약과 옷, 돋보기, 손톱깎기, 전기장판 등을 선물로 싸들고 라다크로 찾아가는 그는 지난 2015년 만해실천대상을 받았다. 올여름에도 지난 7월에 인도로 떠났다.
책에는 오래 머물렀기에 보이는 인도 풍경이 생생하다. 그가 스승으로 모시는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베트 불교의 수행 풍경, 라다크의 순수한 사람들 이야기가 투명하게 펼쳐진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싼 호스텔만 묵으며 다니는 각국 여행기도 눈길을 끈다. 카일라스산(山)을 비롯해 이집트 시나이산(山), 콜베 신부가 아사(餓死)한 아우슈비츠 지하실까지 그에겐 모두 스승이고 영혼을 고양시키는 수행처다.
수행의 끝은 어디인가. 티베트 불교에는 밖에서 문을 잠그고 빛까지 차단한 ‘흑방(黑房) 폐관 수행’ 전통이 있다. 기간은 1000일. 보름에 한 번 볶은 보릿가루 등을 넣어준다. 음식이 그대로 남아 있을 땐 미리 정해둔 신호를 보낸다. 반응이 없으면, 죽은 것이다. 2003년 수행을 마친 스님들을 만난 청전 스님은 “그 스님들의 눈빛과 조용한 거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과연 내 한생에 이런 수행을 경험하고 실천해 볼 기회가 있을까”라고 자문한다.“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일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주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서 드려야 한다” “항상 변함없이 낮게 머물며 온갖 더러운 물도 함께 받아들이는 바다가 되겠다”는 게 청전 스님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