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선종한 천노엘 신부. /조선일보DB

‘광주 발달장애인의 대부’로 불린 아일랜드 출신 천노엘(93·본명 노엘 오닐) 신부가 1일 0시 30분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선종(善終)했다고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2일 밝혔다.

성(聖)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으로 1956년 사제 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에 와 광주·전남·제주의 성당에서 사목했다. 그는 1970년대 후반 신자들과 함께 ‘무등갱생원’에서 봉사하던 중 무연고 발달장애인 ‘김 여아’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당시만 해도 ‘정신박약자’로 불리던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식년을 이용해 선진국의 시설을 방문·연구한 그는 1981년부터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거주·여가·일’을 함께하는 그룹홈을 열었다. 이후 엠마우스복지관과 엠마우스산업 등을 열어 유치원부터 노년까지 발달장애인의 전(全) 생애를 돌보는 무지개공동회를 이끌었다. 발달장애인 문제에 관해서는 “(사회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1991년 광주시 제1호 명예시민이 됐고 2015년 만해실천대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법무부로부터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67년간 한국에서 봉사해온 그는 지난해 7월 건강 등의 문제로 고향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광주대교구청 성당에 분향소가 마련됐으며 2일에 이어 3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섯 차례 위령 미사가 열린다. 장례미사는 아일랜드 현지에서 거행되지만 천 신부의 유언에 따라 화장 후 유해 일부가 한국에 도착하면 별도 미사를 거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