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안국선원장 수불스님과 수불스님의 수행지도법에 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등재한 혜주스님이 만나 수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연구자로서 수불 스님의 간화선 지도법을 관찰하면서 스님이 거듭해서 ‘질문하세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방적 교육이 아닌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요.”(혜주 스님)

“흔히 ‘간화선은 어렵다’ ‘알쏭달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 수행법이 너무 좋은 것을 알고 많은 분을 지도해봤기 때문에 뭐든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시라고 하는 겁니다. 간화선 지도의 요체는 친절이고, 자비입니다.”(수불 스님)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의 간화선 지도법을 분석한 논문이 국제 인문학술지 ‘Religions’(A&HCI 등재)에 최근 게재돼 눈길을 끈다. 비구니 혜주 스님(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정준영·성승연(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의 논문 ‘Just Do It! The Art of Teaching Enlightment: A Study of Korean Ganhwa Seon Master’(그저 할 뿐! 깨달음으로 이끄는 기술: 한국 간화선 스승 연구)이다(※푸른색 부분을 누르면 논문을 볼 수 있습니다). 논문 게재 후 처음으로 지난주 서울 가회동 안국선원에서 만난 수불 스님과 혜주 스님은 연구와 논문 작성 과정을 화제로 이야기꽂을 피웠다.

수불 스님의 간화선 수행 지도법을 다룬 논문이 수록된 'Religions' 홈페이지 화면.

간화선(看話禪)이란 ‘이 뭣고’ ‘뜰앞의 잣나무’ 등 화두(話頭)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전통 불교 수행법. 수불 스님은 1989년 부산 안국선원을 연 이후로 연간 3~4회, 회당 100여 명씩 재가자(일반 신자)와 출가자들에게 간화선 수행을 지도해왔다. 지금까지 약 3만명을 지도하며 선승(禪僧)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간화선을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자들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수행의 효과’가 아닌 ‘수행 지도법’ 자체였다. 수불 스님은 지난 2020년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의 수행 과정을 연구진에게 공개했다. 수불 스님은 첫날 손가락을 튕기면서 ‘손가락을 튕기는 것이 무엇이냐’는 화두(話頭)를 던지는 것으로 지도를 시작한다. 이어 7일간 참선수행과 법문을 이어가면서 참가자들 각각의 ‘진도’에 맞춰 문답식으로 화두를 깨치는 법을 안내하며 수행을 이끈다.

연구진은 7일간 스님이 법문, 참가자와 나눈 대화를 녹음해 스님이 사용한 단어·문장을 6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미국 교육학자·철학자 존 듀이(1859~1952)의 이론을 발전시킨 ‘CRISPA’이론이다. 연결(connection), 위험 감수(risk-taking), 심상(imagination), 감각적 경험(sensory experience), 인지력(perceptivity), 적극적 참여(active engagement) 등 6가지 범주로 나눠 교육자의 교수법을 분석하는 틀이다. 분석 결과 ‘적극적 참여(4293회)’ 범주의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됐으며 ‘연결(3508회)’ ‘위험 감수(3194회)’ 범주가 뒤를 이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놓고 3년간 토론을 벌였고 결과를 논문을 작성해 ‘Religions’에 게재하게 된 것.

혜주 스님은 “연구와 논문 작성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수불 스님 간화선 수행 지도 과정에서의 ‘자비심’이었다”고 말했다. “’절벽’ ‘칼’ ‘갇힌 기분’ ‘생사 문제’ 등 수행 과정에서 사용된 비유와 단어만 보면 무시무시합니다. 그러나 ‘믿고 하세요’ ‘일단 해요’라며 스승이 제자에게 절대적 신뢰와 자비심을 바탕에 깔고 지도하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불 스님은 이날 대화에서 유독 ‘이익’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수행을 위한 수행이 아니라 수행 후 일상으로 돌아갈 신자들의 삶에 미칠 이익, 장점이다. “누구나 간화선 수행을 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고 깊어집니다. 세월이 갈수록 공부의 힘은 더 강해지고요. 이렇게 삶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에 계속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