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등산객들과 갈등을 빚어온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내달 4일부터 폐지할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문화재관람료 제도가 도입된 지 61년 만이다.

문화재관람료를 받았던 설악산 신흥사 검표소./ 월간산

조계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정된 문화재보호법 시행(5월 4일)을 계기로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를 전면 감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감면 대상은 국가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관람료를 받고 있는 65개 사찰 전체가 유력하며, 조계종 총무원은 해당 사찰들과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면되는 관람료는 국가 예산으로 보전될 예정이다.

문화재관람료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징수가 시작됐다. 사찰들이 국가를 대신해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소장·보호·관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1967년에는 국립공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문화재 소장 사찰들이 국립공원에 편입됐다. 이때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관람료가 통합 징수됐다. 문화재관람료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만 따로 떼어 폐지하면서부터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고 문화재관람료만 남게 되자 “나는 산에 가지, 문화재 보러 사찰에 가지 않는다”며 등산객들이 반발했다. 조계종은 “사찰 땅이 국립공원에 강제로 편입돼 재산권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관리 비용은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문화재관람료가 폐지되고 대신 국가 예산으로 보전하는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역설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이른바 ‘봉이 김선달’ 발언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각각 비유해 조계종의 거센 반발을 샀고, 조계종은 이듬해 1월 조계사에서 ‘승려대회’를 열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여야는 불교계 달래기에 나섰고 작년 5월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 개별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를 감면하면 국가가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사찰이 등산객들로부터 직접 받던 문화재관람료 액수만큼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사찰이 징수한 문화재관람료를 기준으로 올해 41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일부에선 관람료 면제 이후 입장객 추이에 따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계종은 문화재관람료 면제 이후 문화재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내달 1일 문화재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