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각가 허길량씨가 23~29일 서울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에서 ‘박달 다듬이목(木) 53 선재동자·동녀 되다’를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허씨는 15살 나이에 불교 미술에 입문한 후 50년 넘게 불교 목조각 작품에 매진해온 작가.
이번 전시작은 ‘다듬이 나무’를 동자와 동녀로 ‘환생’ 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과거 주부들은 가정에서 다림질 대신 옷가지 등 빨랫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려 펴곤 했다. 그때 다듬잇돌을 대신해 쓰이기도 한 목재가 박달나무였다. 박달나무는 돌처럼 단단했기에 가능했다.
목조각 소재로서 박달나무에 주목한 허 작가는 17년 전에도 용달차 한 대 분량의 다듬이목을 구입해 108불(佛)을 조성했으나 화재로 소실된 바 있다. 이번 전시작 높이가 대개 50센티미터 안팎인 것도 수집한 다듬이목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자와 동녀는 귀여운 표정으로 손에 든 물건을 통해 다산과 장수, 공부, 부부화합 등을 기원하는 형상이다. 허 작가는 “조각칼이 부러진 것이 부지기수”라며 “나무 내면에 갖추고 있는 법신불(法身佛)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정병국 문화재전문위원은 “박달목 다듬이의 역할을 방망이로 매만 맞음에도 불구하고 천을 펴고 종이를 다듬는다. 이렇게 쓸모있는 박달목 다듬이, 이제 새롭게 태어났다”며 “허 작가의 박달목 동자상은 매우 독창적이고 우리의 전통성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