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초 연세대학교회에서 설교한 유동식 박사. /김한수 기자

유동식(100) 전 연세대 신학과 교수가 18일 별세했다. 훤칠한 키에 흰 수염, 두루마기 차림으로 잘 알려진 유 교수는 한국인의 고유 심성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분석한 ‘풍류 신학’의 개척자다.

황해도의 3대째 감리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연희전문, 감리교신학대, 미국 보스턴대, 일본 고쿠가쿠인대에서 공부했다. 연희전문 재학 중엔 윤동주 시인과 함께 공부했다. 감리교신학대와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유 교수는 민족적 열등감 극복을 위해 ‘풍류 신학’을 개척하게 되었다고 했다. 일제와 해방, 6·25전쟁, 미국 유학을 거치며 ‘우리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최치원의 ‘풍류도’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국인은 유불선(儒佛仙)을 통합한 ‘풍류’ 심성을 갖추고 있었고 이 바탕 위에 기독교라는 씨앗이 떨어졌기에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에서 기독교가 뿌리내리고 잘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이었다.

유 교수는 연세대 교수 시절부터 40년 넘게 연세대 후문 근처 대신동 단독주택에 살며 1974년 연세대학교회 루스채플이 준공된 이후 매주 일요일 예배에 출석했고, 2009년부터 매년 1월 둘째 주일 예배에선 설교도 맡았었다. 설교에선 영화 ‘기생충’과 BTS까지 인용할 정도로 문화 현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과로하지 않는 규칙적인 생활’과 ‘사람들과 교제’를 100세 건강 비결로 꼽은 그는 90대에 들어서도 자택 인근 세브란스병원과 루스채플까지는 자동차를 운전해서 다니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100년을 살아보니 원대한 계획도 좋지만 미래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더라”고 말했다. 2021년 연세대 총장을 지낸 백낙준 박사를 기리는 용재상을 받았다.

유 교수는 생전에 시신을 세브란스병원에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장례예식은 20일 오전 9시 연세대학교회 루스채플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