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 스님의 1994년 작품 '남장사 극락보전 꽃살문'. 관조 스님은 사찰 꽃살문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불광출판사

“내 사진은 그냥 사진 작품이 아니라 나의 사리다. 나는 사진으로 어록(語錄)을 만드는 중이다.”

불교 사진의 선구자 관조(觀照·1943~2006) 스님은 생전에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가 남긴 ‘사리’ 20만 장 중 불교와 관련된 사진 278점을 엄선한 사진집 ‘관조’(불광출판사)가 출간됐다.

1960년 범어사로 출가한 스님은 30대 초반에 해인사 강원 강주(講主·승가대학 학장)를 지낼 정도로 촉망받는 학승(學僧)이었다. 그러나 1976년 범어사 총무국장 소임을 마친 후 그는 사진의 세계, ‘영상 포교’로 방향을 돌렸다. 이후 주지 등 소임은 한번도 맡지 않고 전국의 사찰과 폐사지, 서원(書院) 등 전통 문화를 필름에 담는 데 전념했다.

당시만 해도 사진 찍는 스님은 거의 없을 때였다. 사찰에서도 사진 촬영을 꺼렸지만 스님은 새벽이고 한밤중이고 렌즈를 들이댔다. 덕분에 사찰의 내밀한 모습 등 귀한 작품을 촬영할 수 있었다.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이 삭발하는 모습, 범어사 선방(禪房)에서 좌선하는 선승들, 폐사지에 고즈넉이 남은 불상과 주춧돌, 1990년 한자리에 모인 성철·혜암·서암·일타·법전 스님의 기념 사진, 통도사 경봉 스님의 노년 모습 등이 그렇게 사진에 담겼다. 당시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사찰의 꽃살문과 단청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생전 10여 권의 사진집을 냈고 그중 ‘사찰 꽃살문’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위에 새긴 마애불을 촬영하기 위해 같은 장소를 수없이 방문해 최적의 빛으로 담아냈다.

스승 관조 스님의 사진 20만장을 보관 정리 엄선해 사진집 '관조'를 펴낸 승원 스님. /김한수 기자

이 사진집은 관조 스님의 상좌(제자) 승원 스님(가평 백련사 주지)의 5년여 노력 끝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승원 스님은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중이 수행 안 하고 사진 찍는다’고 욕도 많이 먹었고, 그래서 은사 스님이 사진 찍는 게 싫었다”며 “그렇지만 사라져가는 모습을 남겨 놓은 스님의 사진 덕분에 지금은 사찰 복원 때 스님의 사진을 참고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승원 스님은 “은사의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 사진집은 24일 백련사에서 열리는 관조 스님의 16주기 다례제에 봉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