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를 비판한 책이 아니라 (위안부) 운동을 비판한 책이었다. 위안부 문제가 정치화됐고 진보 진영에서 담론을 주도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는 정치적으로 비난과 적대의 대상이 됐다.”
31일 정년을 맞은 박유하(65·사진) 세종대 명예교수가 새 책을 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책 제목은 ‘역사와 마주하기’(뿌리와이파리). 새로운 한·일 관계 수립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이의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한 권의 책을 법정에 가두어 두고 8년 동안 비난 혹은 침묵으로 그 상황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역사인식운동의 중심에서 관여해온 이들이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을 ‘역사수정주의’ ‘반(反)역사적’이라 비판하며 냉전 후유증적인 진영 논리에 사로잡혔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도 보상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이미지는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 전파된 일본관(觀)”이라고도 했다. 그는 31일 기자회견에서 이 말에 대해 “아시아여성기금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사죄와 보상의 시도는 있었는데, 우리 사회가 과연 어떤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나는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지 않았으나, 학계에서도 더 이상 일본 군부에 의한 직접적이고 계획적인 강제 연행이 있었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그 얘기를 단 한 번도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위안부 인식이 30년 전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관련 일부 증언에 대한 불신도 비쳤다. ‘위안부의 목을 잘라 국을 끓이라고 했다’는 등 북한 출신 위안부의 증언이 국제 사회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끔찍한 정도가 다른 증언과는 눈에 띄게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고발당한 소송은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라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등 주변인들이 일으킨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제국의 위안부’에서 삭제를 요구한 109곳 중 3분의 1 이상이 정대협 관련 기술이었다”고 했다. “제게 청구한 1인당 3000만원은 제가 패소할 경우 누구에게 가는 걸까요? 작년 위안부 재판(2021년 4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지방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린 것)에서 당사자 대신 원고로 올라와 있던 건 전 정대협 대표 윤미향씨였는데, 제 재판도 그런 식이 되는 걸까요?”
박 교수는 2013년 첫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 중 ‘위안은... 강간적 매춘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는 등의 표현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였지만 2017년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박 교수가 상고해 아직도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
그는 “2심 판결 요지는 ‘박유하가 위안부를 매춘부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읽을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독자의 독해력에 대한 책임이 저자에게 씌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긴 시간 동안 판결이 나오지 않아 대법원에 심심(甚深)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