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강원택 교수가 새로 낸 정치 교양서를 펴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지켜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대학에서 뭘 가르치십니까?” 강원택(61)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몇 년 전에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던 중 기사가 그에게 물었다. “뭐요, 정치학?” 가는 길 내내 강 교수는 한국 정치에 대한 온갖 비난과 욕을 들어야 했고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된 게 아니냐”는 핀잔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 뒤로는 같은 질문을 들을 때 수학이나 물리학이라고 둘러댔더니 대화가 뚝 끊기더라고 했다.

국내 대표적 정치학자 중 한 사람인 강 교수는 최근 시민을 위해 친절한 정치 교양서 한 권을 썼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북멘토)다. 정치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이 그 택시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쓴 것이다. “그저 여야 정치인들이 TV에 나와 싸우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여기기도 하고요.”

강 교수는 “정치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넘어서서 그 순기능을 인식해야 우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올라간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근본적으로 희소한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필요한 질서”라고 말했다. 만약 정치가 없다면 17세기 영국 학자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말한 것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될 것인데, 영화 ‘모가디슈’에 등장하는 소말리아 내전의 혼란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국회에서 법과 예산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그는 말했다.

“국회는 원래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대신하는 대의(代議)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것이다. ‘말’을 함으로써 의견을 개진할 뿐만 아니라 여러 의견을 소중하게 ‘듣는’ 곳이기도 하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다수결을 만능 원리인 듯 잘못 알고 있지만, 소수 의견이라 해도 묵살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했다.

그는 “정당이 항상 다투는 것 같지만 여당과 야당의 경쟁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설사 그런 것에 신물이 나 정치에 관심이 멀어진 사람이라도 정치의 결과물과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강 교수는 “처음엔 정치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싶어서 청소년용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원고를 읽어본 주변 사람들이 ‘나도 잘 몰랐던 얘기가 많다’고 해서 성인도 읽을 수 있는 교양서로 바꿨다”고 했다. 독자들이 정치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