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손을 잡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 ①/③편에서 계속

성경고고학자인 고세진 서울유니온교회 목사와의 대화는 3000년전 다윗의 리더십과 후대의 리더십 부재가 한국 정치에 주는 시사점으로 이어졌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 ①

: 사분오열된 민심

—다윗의 리더십과 이스라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정치가 갖는 문제점은?

“모두 다섯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국민들의 마음이 사분오열되어 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역별로, 세대별로, 성별로 나뉘어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표를 모으기 위해 이를 이용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결국은 나라를 망치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윗이 백성들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안심시켰듯이,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또는 어떤 정치인이든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 내기 위해 정성을 들여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갈라서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 전체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 전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요즘 한국 정치인들은 한쪽에서만 찬성하는 말을 해서 마음이 아프다.”

한국 사회의 민심은 심하게 갈라져 있어서 통합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초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의 장소를 안내하는 포스터가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남강호 기자

—현실 정치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정치 이념이 있어도 권력을 쥐어야 실현할 수 있고, 권력을 쥐려면 유권자를 갈라치기 하는 방법이 득표에 유리하다고 한다.

“그런 방식으로 일단 정권을 잡은 뒤에 국민을 통합한 사람이 있나? 그와 반대로 갈등이 점점 심화되지 않았나? 그런 방식을 버리고 국민의 꿈을 실현시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국민들이 요즘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 한 패거리의 지도자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그런 경향이 심했다. 그러나 과연 그 때 미국이 잘 됐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이 더 높아졌나? 우리가 그런 길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는 선거 이전에, 즉 정치에 나서는 순간부터 국민을 섬긴다는 자세로 가야 한다. 그 옛날 3000년 전 왕정시대에도 르호보암의 원로 대신들은 ‘백성을 섬기는 왕’이 되라고 했다. 진심으로 섬긴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래야 위대한 정치가가 될 수 있다. 정치 지도자 가운데 가끔 돌연변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오랫 동안 정계에서 그런 능력을 검증 받고 잘 섬긴 실적이 있는 사람이 국가지도자가 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 같은 돌연변이 정치지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오랜 경험을 가진 국가 원로와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보면서 가야 한다. 또 국민들을 여러 각도에서 접해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날이 선 발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5200만명의 전국민을 상대로 하는 발언 아닌가? 누군가는 상처를 받기 쉽다. 그러니 너무 날 선 발언을 하면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짧기 때문에 국가 원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2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중앙시장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진기자단

—날 선 발언이라면?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할 수 없다거나, 김원봉에게 훈장을 주어야 한다거나,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말한 것은 모두 날이 시퍼렇게 선 발언이었다. 한두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행동이 다른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다른 유의점이 있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행동을 대통령이 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서해에서 전투가 벌어졌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에 축구 구경을 간다든지, 서해에서 해수부 직원이 사살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아카펠라(반주 없이 부르는 노래) 구경을 갔던 것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남침하고 승리했다고 선전하는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대통령의 제 1 임무는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아닌가?”

한국 정치의 문제점 ②

: 국토 회복의 꿈을 잊다

—두번째 문제점은?

“국가 정책이 국토 수복에 맞추어져 있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다윗은 조상들이 품었던 영토 회복의 꿈을 갖고 수도를 북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민심을 얻고 전쟁과 외교를 해서 실제로 이뤄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반대로 행정수도를 남쪽 세종시로 옮겼다.”

세종특별시에 있는 정부세종청사 전경./뉴스1

—한국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민족의 꿈은 고구려의 옛 땅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통일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이룩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다 때문에 남쪽이나 동쪽, 서쪽으로 영토를 확장할 수 없다. 북으로 밖에 안된다. 그 점에서 고대 이스라엘의 북방정책과 닮아 있다. 북방정책이 성공하려면 해양 세력과 연합해 대륙으로 진출해야 한다. 즉 미국, 일본과 손을 잡고 북으로 진출해야 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가 이런 전략을 갖고 있다면 수도를 북쪽으로 옮겨야 한다. 다만 남북 분단 때문에 서울을 북상 한계선이라고 한다면 서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에 집중해야지, 충청도 민심을 잡기 위해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공무원 가족이 서울과 세종시에 분산되어 이산가족처럼 살고, 공무원들이 두 도시를 수시로 왔다갔다 해야 하는 바람에 행정 비효율성도 높다. 정치 지도자들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정당의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를 서울보다 남쪽인 세종시로 정하면서 국토 확장 의지가 쇠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12월 8일 기자회견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발표하는 모습./전기병 기자

—장기적으로 보면 행정수도를 어디로 정해야 하나?

“남북이 통일한 뒤에는 행정수도를 평양이나 그 이상의 북쪽으로 옮겨야 고구려의 옛땅까지 수복하려는 우리 각오가 더 단단해지지 않겠나?”

고 목사가 이 대목에서 남북한이 평창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행사장에서 함께 사용한 한반도 깃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한반도 깃발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깃발을 보면 북쪽 경계선이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끝난다. 국제적으로 그 곳을 경계선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옛 고구려의 영토를 포함한 깃발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 안된다. 남의 나라 눈치를 보는 것이 우리의 심각한 문제이다. 나라의 크기와 상관 없이 외국과 대등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것은 속국이나 다름 없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해서 고구려 영토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고구려 영토를 우리 것이라고 주장해야 나중에 국제법 상으로 인정받을 근거가 생긴다. 나중에 그 시기가 되면 지금 우리가 쓰는 한반도 기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2000년이 지난 뒤에도 자기나라 땅을 수복했다. 그래서 현재 이스라엘이 존재한다. 우리는 고구려가 멸망하고 1300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고구려를 잊어가고 있지 않은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들고 입장한 한반도 깃발. 한반도 깃발은 국경을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한정해 고구려 시대 옛 영토에 대한 수복 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오종찬 기자

한국 정치의 문제점 ③

: 북한에 끌려다니는 남북정상회의

—세번째 문제점은?

“정치인들이 남북 협상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지키지 못하고 북한에 끌려가고 있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반대파인 여로보암과 정상회담을 할 때 자기의 홈그라운드인 예루살렘에서 하지 않고 정적의 홈그라운인 세겜에 가서 했다. 취임 초기 나라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만에 빠져 상대의 작전에 휘말림으로써 결국 통일왕국이 쪼개져서 분열왕국이 됐다.

당시 젊은 르호보암은 이집트를 등에 업고 예루살렘 정권에 반대하던 여로보암의 작전을 파악할 수 있는 지혜가 없었다. 르호보암이 전략과 지략에서 져서 여로보암에게 끌려 다닌 것이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북한 지도자인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서울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박근혜 당대표가 평양에 가서 회담을 했다. 우리의 홈그라운드인 서울에서 해야 하는데 상대방의 홈그라운인 평양에 가서 하니, 오해도 많이 받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불리한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절대로 평양에 가서 회담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성경의 교훈이다.”

지난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오른쪽)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맞이하고 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평양이나 판문점에서 여러차례 열렸으나, 북한의 서울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조선일보DB

—남북한 정상들이 서로 오고가면 되지 않나?

“서로 오고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는 커녕,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한국의 대통령들이 북한에게 빌붙는 식이 되고 말았지 않은가? 경제적 수준이든 국가의 위상이든 모든 측면에서 우리가 유리하므로 우리가 가면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우리측 대표단이 평양에 가서 냉면을 먹다가 북한측 인사로부터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가느냐’는 험한 소리까지 들었다. 이게 말이 되나? 이게 국가의 대표들이 당하고 있어도 될 일인가? 국민들을 좌절시키고 분노에 차게 했다. 이런 정권은 국민의 기를 꺽어 국가를 몰락시킨다.”

—그러면 남북간 정상회담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나?

“우리가 이미 여러 번 갔으니 앞으로 답방 올 경우 받기만 하면 된다. 북한에 돈도 이미 많이 갖다 주지 않았나? 그런데 왜 우리가 북한에 굴종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회담이든 서울에서 하지 않고 평양에 가는 것은 정신적으로 북한에게 굴종하는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대통령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젊은이들 중에는 이미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 ④

: 실효성 없는 평화·통일 방안

—한국 정치의 네번째 문제점은?

“실효성 없는 통일과 평화의 환상에 매달리고 있다. 솔로몬 왕 사후에 이스라엘 민족이 분열되면서 북쪽 나라를 이스라엘이라고 하고, 남쪽 나라를 유다라고 했다. 두 나라는 각축하면서 서로 도발도 하고, 외교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기도 했다. 그러다가 우호 협력하는 단계로 들어간 적도 있다. 결혼동맹이나 군사동맹을 맺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다 허무하게 무너졌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남북 두 왕국은 갈등도 하고 전쟁도 했다. 그러다가 대국인 시리아를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 들여서 상대를 군사적으로 흡수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변 강대국은 절대로 주변 약소국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뜻대로 되지 않자 두 나라는 기원전 9세기에 결혼동맹을 맺고 잠깐 평화의 시기를 갖는다. 당시 남쪽 유다 왕국의 여호사밧 왕의 아들 예호람과 북쪽 이스라엘 왕국의 아합 왕의 딸 아달리야가 결혼해 두 왕국은 사돈이 됐다. 그런데 아합 왕 때 국력이 신장되어 시리아를 침공했다. 이 때 여호사밧 왕에게 같이 침공하자고 제안하고 여호사밧이 승낙해 함께 전쟁을 했다. 하지만 참패해 전장에서 아합은 전사하고 여호사밧은 간신히 탈출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이 분열된 후 남왕국 유다의 여호사밧 왕(왼쪽)과 북왕국 이스라엘의 아합 왕(오른쪽)은 서로 결혼 동맹과 군사 동맹을 맺기도 했으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서로 싸우다가 국력이 쇠약해져 결국 주변 강대국에 멸망당했다./위키피디아

—그래서 어떻게 됐나?

“이후에 두 나라는 같이 무역을 하기도 했으나 결국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동맹은 깨졌다. 오히려 결혼 동맹의 당사자인 아합의 딸 아달리야가 예루살렘에 살면서 왕비가 되어 온갖 나쁜 짓을 해 남왕국 유다의 정치를 어지럽혔다. 아달리야는 아들 아하시야 왕이 북왕국 이스라엘의 예후 장군에게 시해되자, 스스로 유다의 7대 왕으로 즉위하고 다윗의 후손들을 전멸시키려고 대학살을 자행했다.

한동안 남북 왕국이 일시적인 평화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결혼동맹과 군사동맹이 정착하지 못하고 각자가 자신의 길을 가면서 서로 싸우다가 국력을 소진했다. 그리고 둘 다 강대국에게 멸망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은 2018년 9월 20일 북한 방문 당시 통일을 기원하며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백두산 천지까지 함께 올랐으나, 한반도 평화에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 주는 교훈은?

“정치인들이 남북간 합의니, 종전선언이니, 한반도 비핵화니 하는 말들을 남발하지만 전혀 실효성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까지 갔다 왔지만 돌이켜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 평화가 정착됐다는 것은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해수부 공무원이 바다에서 인민군에게 사살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 목사가 잠시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평화라는 환상에 매달리면 안 된다. 북한은 차근차근히 남한을 집어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한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남북 간의 평화무드는 이스라엘 고대 역사에서 보듯이 허황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무드를 추구하는 것은 고양이 앞에 놓인 생선처럼 우리나라의 종말을 재촉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 ⑤

: 정체성 위기

—다섯번째 문제점은?

“한국 사람들은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국 사람들보다 대학에 많이 가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 삶의 통제력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성찰,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세계 상황에 대한 생각이 대단히 허약하다.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자기나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냥 먹고 사는 것이 지고(至高)의 선(善)이 되고 말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화가 안 통하고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하는 것도 우리의 정체성, 즉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한국인은 무엇인가 하는 정체성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세계에 공헌하는 나라가 되려면 실리적인 바알 종교보다는 대학에서 배운 대로 사람답게 사는 일에 정신을 쏟아야 한다.”

손에 번개를 든 바알 신. 북왕국 이스라엘은 풍요와 번식의 신 바알을 믿었는데, 이 바람에 인간간의 규범과 정체성을 상실하고 망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위키피디아

—바알 종교가 무엇인가?

“원래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은 야웨주의(여호와주의)였다. 여호와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분열 후 북왕국 이스라엘은 여호와 대신 바알 신을 받아들였다. 여호와주의에는 인간과 인간 간의 엄격한 윤리 체계와 규범이 있었다. 하지만 바알에게는 이러한 규범이 없었다.

바알의 상징은 황소였다. 사람들이 황소에게서 추구한 것은 번영이었다. 번영을 추구하므로 번식이 중요했다. 곡식이 잘 되어 몇 배의 소출이 나고, 짐승이 번식을 잘 해 새끼가 많이 나고, 사람이 자녀를 많이 낳아 가문이 번영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성(性)이 중요해졌고, 사람들의 삶이 비윤리적, 비도덕적이 됐다. 윤리 체계가 무너져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남왕국 유다는 어떻게 됐나?

“야웨주의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야웨주의에 바알과 다른 신들을 섞은 혼합주의로 갔다. 결국 두 나라가 모두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다 강대국들에게 망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쪼갰고, 아시리아는 이스라엘이 약해질 때를 기다리다가 북왕국 이스라엘을 멸망시켰다. 바빌론은 남왕국 유다를 무너뜨렸다.”

우리 정체성 잃지 말아야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뭔가?

“학력 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들이 국가의 정체성과 안보 상황에 대해 성찰하고 깨어 있는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북한을 믿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주변의 강대국이며 남침전쟁을 벌였던 중국과 러시아도 신뢰하면 안된다. 심지어 동맹국인 미국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국민들이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도 믿으면 안된다니?

“미국도 국내 정치 변화에 따라 한국을 대하는 것이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한국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나는 당시에 미국도 믿으면 안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였다.’

고 목사의 말이 이어졌다.

“인류 역사상 강대국들은 자기들의 이익에 따라서 작은 나라를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못된 습관이 있다. 미국은 그런 면에서 퍽 나은 나라이고, 현재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반도에 대한 영토 야욕이 없기에 우리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내에서 이상한 지도자가 나오고 한국 내에서 종북주의 정권이 활약을 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은 경사로에 놓인 공이 굴러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위축시켰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3월 아리조나주 선거유세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게이지 스키드모어(위키피디아)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하면?

“첫째, 자유민주주의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착념하면서 방관하다가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공산주의나 유물론을 도입하면 안된다. 대학을 나올 정도로 많이 배운 사람들 사이에 자유민주주의의 덕을 보면서 윤리 도덕을 타락하게 하거나 음란한 일이 공공연하게 판치게 해서도 안 된다.

둘째,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는 한반도 통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통일이 자유민주주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틀 안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공산주의의 틀 안에서는 그러한 공존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해방 이후에 미국에 우리의 안보를 맡기고 돈 버는 일에 집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는 일에 무관심해졌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망각했다. 정신이 희미해졌다. 일부 정치인들이 이런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서 더더욱 안타깝다. 국민들이 뭐가 옳은지 그른지 잘 판별해 정치인들에게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고세진 목사의 목소리에 열정이 넘쳤다.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그를 바쁘게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았다. 긴 대화 도중에 고 목사가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했다. 이스라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질문이 이어졌다.

성경고고학자인 고세진 서울유니온교회 담임목사는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남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행사해 서울에서 회담을 해야 제대로 된 통일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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