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02년 한일월드컵 20주년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도 방한해서 당시 선수들과 만나기도 하고 브라질, 칠레 등 국가대표팀도 초청해 A매치 경기도 열렸지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붉은악마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일월드컵과 함께 시작된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이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입니다. 템플스테이는 2002한일월드컵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올해로 20주년이지요. 템플스테이는 국내 140개 사찰이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인원 600만 명, 외국인은 65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한 외국인의 국적이 205개국에 이른다고 하네요. 한국을 대표하는 체험형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지요.
오늘은 프랑스 파리 길상사(주지 혜원 스님)의 템플스테이를 소개할까 합니다. 템플스테이는 본래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지만 파리 길상사의 경우는 템플스테이가 현지인을 찾아간 경우이겠지요.
파리 길상사는 1993년 파리 동쪽 약 30㎞ 떨어진 토르시(Torcy)의 주택가에 문을 연 한국 사찰로 송광사 파리 분원입니다. 법정 스님이 프랑스의 한국 유학생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문을 열었지요. 내년이면 30주년이 됩니다. 혜원(45) 스님은 2006년부터 주지를 맡고 있습니다.
파리 길상사는 올해 주(駐)프랑스 한국문화원과 함께 5월 21일부터 6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주제로 당일 템플스테이를 개최하고 있답니다. 현재 파리에서는 9월까지 ‘테이스트(Taste) 코리아’라는 한국 관광문화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답니다. 올해 주제는 불교문화입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를 소개하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直指)’의 불어판도 출간됐습니다. 이런 다양한 행사의 하나로 파리 길상사 템플스테이가 열린 것입니다.
파리 길상사는 일반 주택을 사찰로 개조해 협소합니다. 그래서 ‘숙박형’ 템플스테이는 하지 못하고 오전 11시 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체험형’으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1회 참가 인원은 12명이고요. 그럼에도 요즘 K-컬처의 영향 덕분인지 한국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6회차까지 모든 인원이 다 찼고, 대기 인원이 45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행주좌와(行住坐臥) 그리고 식사까지 모두 수행의 일부분임을 일깨워주도록 프로그램을 짰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우선 길상사 정원에 전시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한국의 사찰 7곳의 사진을 살펴보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참가자들은 ‘KILSANGSA, PARIS(길상사 파리)’란 글자가 새겨진 개량한복 조끼와 감색 바지 수행복을 갖춰입고, 나무 식기 4개에 밥, 국, 반찬 등을 덜어먹는 ‘발우공양’, 길상사 인근의 마른느(Marne) 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행선(行禪), 좌선(坐禪)과 요가, 다도(茶道) 그리고 울력의 순서로 진행된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침묵 속에 진행된답니다.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참가자들은 침묵 속에 청수(淸水·물)로 그릇을 깨끗이 씻은 후 혜원 스님이 덜어주는 밥과 국을 정성스레 그릇에 담아 먹습니다.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는 것이 어려운 서양인들을 위해 명상 전에 다리를 풀어주는 준비 운동도 했고요. 마지막은 사찰 안팎을 청소하는 울력으로 마쳤답니다.
길상사는 16년째 혜원 스님 혼자 지키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템플스테이 준비도 스님이 거의 혼자 도맡다시피 했다는 군요. 파리 길상사 내부 사진 중 백양사 방장을 지내신 서옹 스님 사진이 놓여 있기에 여쭸더니 혜원 스님은 원래 백양사 출신이라고 하네요. 16년을 지내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겠지요. 혼자 작업하다 허리와 어깨도 다치고, 홍수 피해를 입기도 했답니다. 그렇지만 혜원 스님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다 출가했을 때 만난 서옹 스님의 가르침과 법정 스님이 생전에 보낸 손편지의 “오래 계시면서 吉祥(길상) 도량을 잘 가꾸어 주기 바란다”는 말씀에 의지해 지내왔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혜원 스님 스스로도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답니다. 식사가 곧 대화인 서양사람들이 묵언하며 발우공양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겠지요. 프로그램이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참가자들의 눈빛이 변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답니다. 불과 5시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떠날 때는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면서 “또 오고 싶다” “한국을 방문해 템플스테이하고 싶다”고 말한답니다.
혜원 스님은 “대기자 450명이 모두 각각의 사연을 보내왔는데 하나같이 진지해서 외면할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간을 두고 대기자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랍니다. 혜원 스님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왜 출가했는가, 하는 초발심을 새기게 됐다”며 “수행을 통해 유럽에 선(善)한 에너지를 확산할 수 있는 수행 공동체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20년이 지나는 동안 이렇게 변화, 발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