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욕구와 물질적 충족이 행복의 실체가 아니고, 또한 너와 내가 둘이 아니며, 전 세계가 하나여야 한다는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졌습니다. 이념, 지역, 계층, 세대별로 갈등이 심화돼 가는 사회를 공동체적 통합의 사회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제12회 민세상 시상식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인 원행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이 말했다. KCRP는 올해 민세상의 사회 통합 부문 수상 단체다.

30일 민세상 시상식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유의동, 손봉호, 김진현, 강지원, 수상자 원행 스님과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정장선, 홍기원, 서경덕씨. 뒷줄 왼쪽부터 이명아, 장구갑씨, 원경 스님, 오병두씨, 민세 손자 안영돈·안영진씨, 양덕창, 김태성, 김기철씨. /오종찬 기자

민세상은 독립운동가, 언론인, 역사학자로 활동하며 좌우 통합과 열린 민족주의를 주창했던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된 상이다. 조선일보 주필·사장을 지낸 민세는 좌우를 아우른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 총무간사를 맡았다.

원행 스님은 “우리 모두는 다시금 민세 안재홍 선생님의 정신을 존중해,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로 서로를 끌어안고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조계종),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성균관),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개 종단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KCRP는 1987년 창립 이후 종교 간 협력 사업, 남북 종교인 교류 사업 등을 통해 종교 간 대화와 소통에 힘써 왔다.

학술 연구 부문 수상자인 조광(76) 고려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무렵 민세의 ‘조선상고사감’을 읽었는데, 그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역사가가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회고했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사를 연구한 국내 대표적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특히 실학 연구는 민세의 ‘조선학 운동’을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민세 선생이 제시한 ‘다사리(더불어 함께 사는 것) 공동체’와 같은 이론은 민족의 화해와 남북의 공존공영을 논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오래됐지만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민세상 시상식은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주최, 평택시 후원, 조선일보의 특별 후원으로 매년 민세 선생의 음력 생일이 있는 주(週)에 열린다.

이날 시상식은 코로나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해 사전에 초청받은 인원만 참석했다.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의 강지원 회장, 김진현 명예회장, 서경덕 부회장, 손봉호 민세상 심사위원장(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이진한 심사위원(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홍기원·유의동 국회의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중앙위원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태현 목사, 조계종 원경 스님, 이명아 원불교 교무, 오병두 성균관 대외협력실장, 장구갑 천도교 사회문화관장, 양덕창 천주교 주교회의 전국위원회 부장, 윤승길 민족종교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인 김태성 원불교 교무, 민세 선생의 손자인 안영돈·안영진씨와 손녀 안혜초씨,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4회 민세상 수상자),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조한건 신부, 노길명 고려대 명예교수, 송양섭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김기철 조선일보 사료연구실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