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동자승이 '엄지척'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각각 '샬롬스토리'와 '힘내어라' 이모티콘의 이미지이다.

“까톡”

스마트폰에서 카톡 알람이 울려서 열어보자 동자승이 풍경(風磬)에 매달려 합장(合掌)하며 미소짓고 있네요. 또 “까톡” 소리가 납니다. 이번엔 예수님이 양손으로 ‘엄지척’을 하면서 웃고 있습니다.

각각 불교 이모티콘 ‘힘내어라’와 개신교 이모티콘 ‘샬롬스토리’입니다. 스마트폰을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고 SNS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일일이 자판을 눌러가며 문자로 답장하기보다는 적절한 감정을 담은 이모티콘을 고르는 시대입니다. 저도 카톡을 쓰다보면 기상천외한 이모티콘을 많이 보게 됩니다. 슬며시 웃음짓게 만드는 것부터 소리까지 나오는 이모티콘도 참 다양하더군요. 종교담당 기자인만큼 저는 목사님이나 스님들로부터 종교 이모티콘도 더러 받곤 합니다.

불교 이모티콘 '반야의 야단법석'.

궁금해서 알아보니 카카오톡에 ‘입점(入店)’된 이모티콘만 1만종에 이른다고 하네요.(이모티콘을 판매하다보니 용어도 경제 용어를 사용하더군요.) 그 가운데에 카카오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개신교 이모티콘이 5개, 불교 이모티콘은 2개라고 합니다.(불교계에선 개신교 이모티콘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종교 색채가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불교와 개신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개신교는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이스터(부활절)’ 등 영어, 불교는 ‘참을 인(忍)’ ‘마음 심(心)’ 등 한자와 ‘측은지심’ ‘이심전심’ 등 한자어가 등장하는 점도 차이입니다. 또 불교 이모티콘엔 ‘풍경(風磬)’이 등장한다면, 개신교 이모티콘엔 피아노가 나오는 식으로 다릅니다.

불교 이모티콘 '힘내어라'.

앞서 말씀드린 ‘힘내어라’는 웹툰 작가인 스님이 만든 작품입니다. ‘어라 스님’이란 캐릭터로 웹툰을 그리는 지찬 스님이 만들어 2015년 카카오톡에 ‘입점’했습니다. ‘힘내어라’ 이모티콘은 24개 이미지로 이뤄졌는데, 내용이 상당히 불교적입니다. ‘엄지척’이나 ‘하트’ 그림도 있지만 화 난 표정엔 ‘참을 인(忍)’자를 그렸고, 동자승이 ‘마음 심(心)’자를 붓글씨로 쓴 아래엔 ‘(마음) 잘 쓰기’란 글귀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때를 기다려’ ‘참회’ 등의 그림도 있지요. 입점하기까지 거의 2년에 걸쳐 그림을 다듬었다는 지찬 스님은 “화도 내고 질투도 하는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담으려 했다”고 자신의 이모티콘을 설명했습니다.

또다른 불교 이모티콘 ‘반야의 야단법석’은 조계종 포교원의 의뢰로 애니메이션 작가 권주미씨가 만들어 역시 2015년에 입점했습니다. ‘반야’ 역시 동자승이 주인공인데, ‘절냥이’라는 고양이 캐릭터가 함께합니다. 동자승이 좋아서 노래부를 때 곁에 있는 절냥이도 몸을 꼬면서 좋아하고, 동자승이 삐치면 곁의 고양이도 등을 돌려버린 모습입니다. ‘이심전심’에선 동자승 반야과 절냥이가 서로 껴안고 부비고 있지요. 불교계에선 이모티콘 대신 문자 메시지에 ‘__()__’도 많이 씁니다. 합장(合掌)한 손 모양이지요.

개신교 이모티콘 '샬롬, 러브 POP'.

개신교 이모티콘은 ‘샬롬 스토리’ 외에도 ‘샬롬, 러브 POP’ ‘샬롬 지저스 다이어리 1,2’ ‘은혜 충만 이모티콘’ 등이 있습니다. 이중 ‘샬롬 스토리’는 예수님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다양한 감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합니다. 웃는 모습엔 ‘ㅋㅋㅋㅋ’도 있고, 예수님이 꼬마와 손가락을 마주치는 장면엔 ‘콜!’이란 메시지도 등장합니다. 꼬마가 꿈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도 있지요.

개신교 이모티콘 '샬롬 지저스 다이어리 2'.

‘샬롬, 러브 POP’은 인물 캐릭터 대신 글자를 중심으로 디자인 요소를 배치했네요.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할렐루야’ ‘주께 영광 돌립니다’ ‘주일에 만나요’ 등 크리스천들이 많이 쓰는 문장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었습니다. ‘샬롬 지저스 다이어리1’은 소녀와 양(羊) 캐릭터가 함께 등장합니다. 소녀와 양이 함께 ‘샬롬’이라며 인사하고, 양이 앞 두 발로 만세를 부르며 ‘할렐루야’를 외치기도 합니다. ‘샬롬 지저스 다이어리2’에서는 글자는 사라지고 천사와 양이 다양한 표정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지요. ‘은혜 충만 이모티콘’은 다소 교훈적입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하느니라’ ‘서로 사랑하라’라는 글귀와 함께 어울리는 그림이 배치됐지요.

개신교 이모티콘 '샬롬 스토리'.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종교 이모티콘은 카카오톡 1만개 이모티콘 중 극소수입니다. 한동안 종교계에선 카카오가 ‘종교 색채가 강한 이모티콘은 입점을 거부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 작가들도 그 같은 입장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카오 관계자는 “2017년부터 종교 이모티콘의 입점 제한은 없으며 다른 이모티콘과 똑같이 동일한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다만 심사와 상품화 과정에서 종교색이 너무 강한 이모티콘은 수정되거나 반려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준 때문인지 신규 입점은 많지 않아 현재 나와있는 종교 이모티콘도 대부분 출시된 지 시간이 좀 지난 것들이랍니다. 나온 지 오래되고 숫자도 적다보니 전체 이모티콘 시장에서 판매율은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또한 심리적 부담도 장애물인 듯 합니다. 한 목사님은 “‘이모티콘 심방(尋訪)’ 차원에서 평신도들에게 이모티콘을 선물하곤 하지만 실제로 이모티콘 답장을 받은 적은 드물다”며 “목회자에게 이모티콘을 보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거나 어색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모티콘을 만들어 보급한 지찬 스님은 “입점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가끔 제가 만든 이모티콘을 저에게 보내오는 분들이 있다”며 “제가 만든 이모티콘을 받을 때면 지금도 신기한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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