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 초상화. 폴란드의 천주교 사제이자 천문학자였던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폴란드 토룬 코페르니쿠스박물관

“해야, 기브온 위에, 달아, 아얄론 골짜기에 그대로 서 있어라.”

구약 여호수아서 10장 12~13절 구절입니다. 여호수아서는 모세 사후 후계자인 여호수아가 하느님(개신교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가나안 지방을 정복해 정착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요. 그 중 12~13절은 이스라엘이 전투에서 승리할 때까지 하느님이 해와 달이 하늘에서 멈추게 했다는 내용입니다. 성경 속 이 구절이 훗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의 ‘지동설(地動說)’을 단죄하는 데 사용됐다는 것은 최근 허영엽 신부님의 ‘성경 속 궁금증’(가톨릭출판사)을 읽다가 처음 알게 됐습니다. 태양의 움직임과 멈춤은 하느님의 영역인데, 태양 스스로 하늘(태양계 중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성서의 기록과 어긋난다는 얘기였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막연히 천동설이 창세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 성경 구절이 지동설의 말문을 막는 도구로 쓰였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최근 성경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해설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습니다. 허 신부님의 책을 비롯해 이현주(77) 목사님의 ‘관옥 이현주의 신약 읽기’(도서출판 삼인) 그리고 얼마전 신문 기사로도 소개해드렸던 ‘스토리텔링 성경’(성서원) 등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왼쪽)와 최근 출간된 '성경 속 궁금증'. 허 신부는 이 책에서 구약과 신약 성경 중 일반인들이 궁금해하는 95가지 주제를 쉽게 설명한다. /가톨릭출판사

◇ 신구약 성경 속 95가지 궁금한 점 쉽게 해설

먼저 허 신부님의 책은 성경 속 95가지 주제를 골라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허 신부님은 성경의 진정한 메시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지동설’ 일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 보다는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는 뜻이지요. 지금부터 2000~3000년 전 중근동 지역을 시대적·공간적 배경으로 쓰여진 성경은 아무래도 우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엔 걸림돌이 많습니다. 허 신부님의 궁금증 해설은 그런 걸림돌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책은 ‘왜 성서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성경은 누가 기록했을까’ ‘모세 오경은 모세가 썼을까’ ‘하느님은 왜 모세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하셨을까’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의 차이점’ 등 95가지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이현주 목사(왼쪽)와 신간 '관옥 이현주의 신약 읽기'. 이 목사는 성경 구절을 통해 다양한 묵상 거리를 제공한다. /삼인출판사

◇ ‘하오’체로 옮긴 신약, 구절마다 생각할 거리도 제공

이현주(77) 목사의 ‘신약 읽기’는 이 목사가 신약을 읽고 필사하다가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 번역하고 각 구절에 대한 묵상을 적은 책입니다. 이 목사님은 엄청난 다작(多作) 작가입니다.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이현주’를 입력하면 저서 목록이 수십권이 주루룩 나옵니다.

이 목사님은 기존 성경 번역에서 예수님은 말을 놓고, 제자들은 말을 높이는 방식의 번역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해결책은 ‘해라’체가 아닌 ‘하오’체입니다. 결과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 모두 내게로 오시오’로 바뀌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사실 이 책에서 더 눈에 띄는 부분은 묵상이었습니다. ‘백부장 하인의 병 고침’ 대목엔 “믿으려고 해서 믿는 게 아니고 믿어지니까 믿는 것이다. 믿음은 사람의 신분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방적인 선물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성전을 정화하는 장면에서는 “낡은 종교의 심장을 정면으로 친다. 죽는 게 손톱만큼이라도 두려우면 누구도 할 수 없는 몸짓”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엔 이렇게 적고 있지요. “이것은 실제 있었던 사건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이야기인가? 둘 다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실이다. 한 아이가 자기 것을 혼자 먹지 않고 예수께 드렸더니 그것으로 수천 명이 먹고 남더라는 바로 이 진실이 오늘도 지구별 도처에서 구현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간음한 여인’ 대목엔 “향기로운 얘기다. 썩은 진흙바닥에 핀 연꽃처럼, 아프고 슬퍼서 아름다운 얘기다. 가련한 여인이 간음 현장에서 붙잡히지 않았다면, 위선자들이 그를 이용하여 누구를 궁지에 몰고자 하지 않았으면 영원히 세상에 전해지지 못했을”이라는 묵상을 적었습니다.

스토리텔링 성경 1차 출간분(오른쪽). 스토리텔링 성경에는 장마다 내용을 압축한 일러스트(왼쪽)가 삽입돼 있다. /성서원

◇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성경 속 배경 본문에 녹여 해설

‘스토리텔링 성경’은 김영진 성서원 회장과 강정훈 늘빛교회 목사, 천종수 성서원 편집위원장이 집필하고 민영진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가 감수했습니다. 이 책은 중학생 수준이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 즉 ‘이야기’로 재구성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성경이 쓰여질 당시의 풍습, 언어, 지리 등을 각주가 아닌 본문에 녹여 넣었습니다. 신문 기사에는 신약 위주로 소개했습니다만 사실 구약은 일반 신자들이 이해하기에는 더욱 난관이 많지요.

가령, ‘모세 오경(五經)’ 중 ‘민수기’ ‘신명기’는 신자가 아닌 사람들은 제목부터 무슨 뜻인지 이해가 어렵습니다. 스토리텔링 성경은 ‘민수기’에 ‘인구조사와 광야 40년 유랑’이란 부제를 붙였습니다. 또 ‘신명기(申命記)’에는 ‘율법의 해설과 언약의 갱신’이라는 부제를 붙였습니다. 한자 ‘신(申)’은 여기서 ‘거듭’ ‘되풀이 하여’라는 뜻이지요. 또 ‘민수기’의 경우, 개역개정 성경에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로 번역된 부분은 ‘출애굽을 결행한 지 1년 15일이 경과한 때’라고 정리해줍니다. 그리고 ‘남자의 수’를 ‘스무살 이상 남자’ 즉 ‘군대에 복무할 수 있는 남자’라고 설명합니다. 스토리텔링 성경은 신명기에 대해서도 ‘죽음을 눈앞에 둔 모세가 출애굽의 영광과 시내산의 언약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이스라엘의 새로운 세대에게 이스라엘의 과거 역사를 들려줌으로써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놀라운 구원 사역을 생생하게 알려주기를 원했기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정적으로 설교한 내용’이라고 풀어 설명합니다.

성경을 쉽게 설명한 책들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사태로 1년 넘게 온전한 예배와 미사를 드리지 못하는 신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것 같습니다. 허영엽 신부님이 2011년 가톨릭평화신문에 연재한 내용을 10년 지나서 책으로 묶어낸 것도 코로나로 비대면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코로나 시대입니다. 이 비대면의 시간을 선용해 성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코로나 극복의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